전관 출신 변호사와 법무법인 간 잇단 합종연횡으로 광주·전남 법조계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18일 광주지방변호사회 등에 따르면 최근 31년간 법관 생활을 마친 양영희 광주고법 수석부장판사가 명예퇴직 후 변호사로 새 출발에 나선다.
양 전 수석부장판사는 개업 변호사들이 주축인 법무법인 '정훈'에 합류한다. 동시에 '정훈'은 법인 명칭을 '양영 앤 정훈'으로 바꾸고 주사무소도 장흥에서 광주로 이전했다.
대표변호사로는 법무법인 '시율'에서 이적한 광주지방법원장 출신 장병우 변호사가 등록을 마쳤다. 장 변호사는 양 전 수석부장판사와도 법관 재직 당시 근무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 변호사가 떠난 법무법인 '시율' 역시 다른 법무법인 소속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를 영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지역 법조시장에서는 수년 전부터 전관들이 단독 개업보다는 기존 법무법인에 합류, 합병·연합을 통한 세력화가 잇따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단독 개업에 부담이 큰 퇴직 법관과 '전관'을 내세워 안정적 수임을 기대하는 법무법인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퇴직 법관은 단독 개업에 따른 시행착오와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법무법인은 전관 영입을 통해 사건 수임 확대와 신뢰 제고 효과를 노린다는 분석이다.
전관이 퇴직 직전 근무한 법원 사건은 일정 기간 수임할 수 없는 '상피' 규정 역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전관의 경륜·인맥을 수임에 활용하되, 전관이 맡지 못하는 사건은 다른 변호사들이 소송 실무를 하는 '상호 보완'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법무법인의 '전관 영입' 형태의 합종연횡이 또 다른 카르텔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그러나 갈수록 치열한 수임 경쟁 속에서 법무법인의 대형화 흐름과 맞물려 불가피한 구조 재편이라는 반론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전관이 곧장 개인 사무실을 개업한다고 해도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공직 생활을 마치자마자 곧장 치열한 시장 경쟁에 뛰어드는 일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시장에서 생존한 개업 변호사와 손잡는 일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변호사는 "법조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합병·연합·동업 등을 통한 '몸집 불리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기왕이면 관록이 있는 전관과 능력 있고 수완 좋은 변호사들이 뭉쳐야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