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없는 상태의 남편 계좌에서 예금이 인출된 뒤 이를 둘러싼 상속 분쟁이 발생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해당 자금이 무단 인출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민사상 반환 청구는 물론 형사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9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소개된 사연에 따르면, 5남매 중 둘째인 A씨는 부친이 사망한 뒤 새어머니와 상속재산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A씨의 부친은 2년 전 재혼했지만 이후 지병이 악화돼 중환자실에 입원했으며, 약 두 달간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로 치료를 받다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자녀들이 금융거래 내역을 확인한 결과, 여러 계좌에서 평소 생활비 수준을 크게 웃도는 금액이 인출된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새어머니는 남편이 생전에 증여를 약속했고 자신의 사용을 허락한 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자녀들은 인출 당시 부친이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평소 발달장애가 있는 막내 자녀를 위해 재산을 남겨두겠다는 뜻을 밝혀왔다는 점을 근거로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우진서 변호사는 부당이득 반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자금 인출의 법적 근거가 존재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족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증여 의사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평소 자금 관리 방식과 혼인 기간, 인출 시점의 건강 상태, 거래 규모 및 사용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 변호사는 해당 사례의 경우 혼인 기간이 비교적 짧고, 자금이 인출된 시점에 고인이 중환자실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였으며, 거래 규모 또한 이례적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증여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한 고인이 포괄적인 자금 인출 권한을 부여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형사상 사기죄 성립 여부도 검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예금주의 의사에 따른 거래라고 믿고 돈을 지급했다면 기망 행위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상속 절차와 관련해서는 자녀들이 무단 인출된 금액을 상속재산에 포함해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제기할 수 있으며, 상속재산분할 과정에서는 해당 금액을 특별수익으로 반영해 상속 비율을 다시 산정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우 변호사는 만약 새어머니가 이미 받은 금액이 원래 상속받을 몫을 초과할 경우 다른 상속인들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며, 상속분의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당 자금을 특별수익으로 인정받아 재산 분할에 반영하는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