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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초 ‘다담은 화장실’ 7억6천 투입하고 한 달 만에 폐쇄…학생 인권은 뒷전

현장취재 손봉선대기자 기자 | 등록 2026.01.12 16:24
외부 시야 노출 구조 논란…여학생 사생활 침해 우려에 전면 사용 중단
학교는 문제 인지 정황, 교육지원청은 “몰랐다”…설계·준공 책임 공방
공공시설 ‘디자인’ 앞세운 행정의 빈틈…인권영향평가·표준지침 도입 시급
‘7억 6천만 원’ 투입 진도초 ‘다담은 화장실’ 사용 중단
 진도초등학교에 7억6천만 원을 들여 만든 ‘다담은 화장실’이 설치 한 달 만에 사용 중단됐다. 외부에서 내부가 보인다는 지적이 커지며 여학생 사생활 침해 논란이 터졌다.

진도교육지원청은 진도초에 개방성과 디자인을 강조한 ‘선진형 화장실’ 형태의 다담은 화장실을 조성했다. 사업비는 약 7억6천만 원으로 알려졌다. 시설은 준공 직후부터 “차폐가 약해 야외에서 내부가 비교적 쉽게 노출된다”는 문제 제기를 받았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화장실 이용 자체가 불안하다는 반응이 나왔고, 학부모 민원이 이어졌다. 학교는 결국 전면 사용을 중단했다.

논란은 단순 하자를 넘어 행정의 판단과 책임으로 번졌다. 취재 과정에서 학교가 구조적 문제 제기를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즉각적인 사용 중단이나 개선 조치가 늦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학생이 가장 취약한 공간에서 ‘안전’과 ‘존엄’보다 ‘완공 일정’이 앞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진도교육지원청은 논란 이후 “해당 구조의 문제점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교육지원청은 예산 집행과 설계 승인, 준공 검사까지 관리·감독을 총괄하는 위치다. 기본적인 시야 차단 여부가 설계 단계와 준공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았다면 절차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시공업체는 유색 구조물 등으로 외부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불안을 호소했고 시설이 폐쇄됐다. 설계 의도와 현장 체감이 어긋난 만큼, 감리·준공 승인 과정의 검증 기준도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은 ‘예쁜 공공시설’ 경쟁의 그늘을 드러낸다. 화장실은 학생 인권이 가장 직접적으로 걸리는 공간이다. 특히 여학생에게는 시선 노출 자체가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수억 원 예산이 투입된 시설이 오히려 이용자를 위축시키는 상황은 행정의 실패다.

필요한 조치는 분명하다. 첫째, 즉각적인 임시 차폐와 동선 조정으로 학생 불안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 둘째, 설계 변경 과정과 준공 승인 절차를 포함해 누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 문서로 공개해야 한다. 셋째, 교육시설 공사에 ‘학생 인권·사생활 영향 점검’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 디자인 공모나 특화 사업이라도 기본 기준을 넘지 못하면 승인하지 않는 장치가 필요하다.

진도교육지원청과 학교는 “몰랐다”는 말로 끝낼 일이 아니다. 납세자의 돈이 들어간 시설은 투명하게 설명돼야 하고, 학생이 겪은 불안은 책임 있게 회복돼야 한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교육시설 표준 설계지침과 준공 체크리스트를 전면 재점검하는 게 최소한의 수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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