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 韓선박 정보 공유…"양자·다자 협의 상충 아냐"
· 선박 이름과 국적, 목적지, 화물 정보 등 공유한 듯
· 중동 전쟁 피해지역 인도적 지원 검토…유엔 등 요청 감안
2012년 1월19일 호르무즈 해협 남쪽 아랍에미리트(UAE)의 라스 알 카이마 해안의 어선 뒤로 유조선 2척이 지나가고 있다. 프랑스 24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해 통행료 수입으로 전쟁으로 파괴된 인프라 재건 비용을 충당하고, 이를 지정학적 지렛대로 활용해 국제사회에서 발언권과 위상을 강화하려는 계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외교부 등에 따르면 지난 주 후반 이란에 급파된 정병하 외교부장관 특사는 이란 당국과 호르무즈 해협에 대기 중인 한국 선박, 선원의 통항 문제 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선박 관련 정보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안쪽 페르시아만 방향에 대기 중인 한국 선박과 선원은 각각 26척, 173명이다.
정부가 이란 당국과 공유한 것으로 알려진 해당 선박정보에는 선박의 이름과 국적, 출발지와 목적지, 국제해사기구(IMO) 등록번호, 선박 운영자 및 승무원 명단, 화물 정보 등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내에 있는 우리 선박과 선원의 안전과 통항 관련하여서 범정부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정부는 매우 유동적인 해협 상황, 즉 외교적 협상과 군사적 압박이 병행 전개되는 해협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는 가운데 관련 유관국들과 소통을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다만 "선박 정보 제공 여부를 포함해서 외교 소통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정병하 특사는 이란 측 고위인사들과 만나서 중동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이란 내 우리 국민의 안전,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내 우리 선박과 선원의 안전, 그리고 우리를 포함한 모든 선박의 통항 문제 등에 대해서 협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외교부는 그간 모든 선박의 통항 자유 보장을 원칙으로 다자협의체를 통한 국제 공조에 무게를 두고 이란과의 개별 협상에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으나, 미·이란이 2주 휴전에 돌입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 전개되자 독자적으로 이란과의 협상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휴전 합의 이틀 만인 9일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호르무즈 해협 내 우리 선박을 포함한 모든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재개될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곧바로 정병하 특사를 이란으로 보내 한국 선박 통항 문제 등을 협의토록 지시한 바 있다.
지난달 말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도 "이란은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에 선의와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한국의 (선박) 정보와 리스트에 달려 있고, 그것을 받으면 검토하고 신경을 쓸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다만 미국과 이란 간 휴전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고, 종전 협상이 순조롭지 않은 상황이라 이란과의 협상이 실제로 성사되거나 진전을 이룰 수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관측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종전과 관련한 미·이란 간 외교적인 추가 협상이 있을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조치와 이란의 강력한 군사적 대응 조치가 병행해서 전개되고 있는 이 같은 해역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면서 한국 선박의 통항 문제를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고도의 외교적인 집중력을 갖고 관련국들과의 협의에 임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통환과 관련된 우리 기본 입장은 우리 선박을 포함한 모든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양자 차원이든 다자 차원이든 또는 관련 국과의 협의에 있어서 이 같은 목표와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또 "양자적인 이란과의 협의와 다자적인 협의가 상충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전쟁으로 인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이란 등 중동 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란, 레바논 등 분쟁 지역을 대상으로 인도적 지원 수요를 파악한 뒤 국제기구를 통해 전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엔 등 국제사회의 중동 피해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 요청을 감안, 글로벌 책임강국을 지향하는 우리 정부는 이 지역 인도적 상황 개선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