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 협상 본격화…정부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 쉽지 않은 과제”
· 정부대표, 핵주권·핵잠재력 표현 자제 요청
· 미국의 전례 부담 속 농축·재처리 권한 협상 추진
· 에너지 안보와 한미 원전 협력 확대가 핵심 목표
앨리슨 후커(앞)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에너지부, 전쟁부 관계자로 구성된 미국 범정부 대표단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한미 정상 합의 조인트 팩트시트 안보 분야 후속조치 협의를 위한 발족 회의를 위해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회의는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원자력 협력 확대 등 한미 정상 간 안보 분야 합의 이행 첫 실무협의를 위해 열렸다.2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 원자력협력 범정부협의체(TF) 정부대표를 맡고 있는 임갑수 대표는 최근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춘계학술발표회에서 농축·재처리 협상과 관련해 “쉽지 않은 과제”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수십 년간 유지해 온 통제 체계 속에서 한국에 관련 권한을 인정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특히 “핵 잠재력”이나 “핵 주권”과 같은 표현이 국제사회에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관련 논의 과정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농축과 재처리를 인정받은 국가가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 일본,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일부 국가에 한정돼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에 대한 권한 부여는 미국 입장에서 새로운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을 통해 정상 간 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는 한편, 양국의 공동 이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임 대표는 투명성과 상호 존중, 진실성을 바탕으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협상 배경에는 최근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에너지 안보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 긴장 고조,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등으로 원자력 연료 공급망 안정성이 중요해지면서 한국 역시 대체 공급망 확보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한국이 세계적 수준의 원전 건설·운영 능력과 공급망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한국이 농축 역량을 확보해 미국과 함께 범태평양 핵연료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을 단순한 비확산 체제 논의를 넘어 한미 원전 파트너십을 전략적으로 확대·재구성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에너지 안보 강화와 원자력 산업 경쟁력 제고, 글로벌 비확산 체제 내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위상 강화가 주요 목표로 제시됐다.
임 대표는 대한민국과 미국이 에너지 안보 위험을 공동 관리하고 새로운 협력 모델을 구축해 나갈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국제사회에 확고한 비확산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