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약왕’ 박왕열 국내 송환…이재명 대통령 요청 3주 만에 임시인도 성사
· 필리핀 수감 중에도 텔레그램 통해 마약 유통 혐의…정부 즉시 수사 착수
· 한·필 정상회담서 직접 요청 뒤 급물살…9년 넘은 인도 난항 해소
· 청와대 “공범·범죄수익 끝까지 추적…초국가범죄 무관용 대응”
필리핀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한-필리핀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필리핀에서 ‘전세계’라는 활동명으로 마약을 유통해 온 박왕열이 25일 국내로 송환됐다. 필리핀 현지에서 징역형을 복역 중이던 박씨가 한국으로 임시인도되면서, 정부는 국내 마약 유통망과 공범, 범죄수익 전반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는 이날 오전 필리핀 당국으로부터 박씨를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박씨는 2016년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이른바 ‘사탕수수밭 살인사건’ 핵심 인물로, 필리핀에서 징역 60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었다. 이후 수감 상태에서도 텔레그램 등을 통해 국내에 마약을 유통한 혐의를 받아 왔다.
이번 송환은 한·필리핀 범죄인 인도 조약에 근거한 ‘임시인도’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국 내 형사절차 진행을 위해 필리핀 내 형 집행을 일시 중단하고 먼저 한국 수사기관에 신병을 넘기는 방식이다. 정부는 박씨를 즉시 수사기관에 인계해 마약 밀수입과 유통 혐의, 조직 실체, 범죄수익 은닉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필리핀 국빈 방문 당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박씨 임시인도를 직접 요청한 뒤 약 3주 만에 성사됐다. 연합뉴스는 정부가 9년 넘게 송환을 추진해 왔으나 난항을 겪어왔고, 이번 정상외교를 계기로 절차가 급물살을 탔다고 전했다.
청와대도 이번 송환의 의미를 강조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박씨 송환이 초국가범죄 근절을 위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외교적 노력의 결실이라며, 해외에 숨어 있거나 외국에 수감 중인 범죄자라도 반드시 책임을 묻게 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재확인했다. 또 박씨 압송 직후 모든 범죄행위를 낱낱이 밝히고 공범과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엄정히 단죄하겠다고 밝혔다.
박왕열은 필리핀 교민 사회에서 살인과 탈옥, 마약 유통을 반복한 인물로 악명이 높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2016년 사탕수수밭 살인사건 이후 검거됐고, 현지 수감 중 두 차례 탈옥하기도 했다. 이후 다시 붙잡힌 뒤에도 ‘호화 수감’ 논란 속에서 국내 마약 유통을 계속한 정황이 드러나 사회적 공분을 샀다.
정부는 이번 송환을 계기로 국내외를 오가는 마약 범죄에 대한 국제 공조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해외에 근거지를 둔 조직형 범죄라도 끝까지 추적해 국내 사법 시스템 안에서 책임을 묻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초국가 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 실제 수사와 재판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