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6시간' 새벽배송 제한 논의하면서 대형마트는 허용?
· 與택배사회적대화기구, 주46시간 규제 절충안 가닥
· 이달 내 합의 목표지만…최종 타결까지는 진통 전망
· 소득보전 딜레마…종사자 대다수가 특수고용·사업자
· 당정, 마트 새벽배송 허용 추진…정책 엇박자에 勞 반발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해당 사안과 관계 없음정부여당이 '주46시간' 새벽배송 제한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대형마트에 새벽배송 허용을 추진하면서 정책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도하는 택배사회적대화기구에서 새벽배송 작업 시간을 주46시간으로 제한하는 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야간노동 규제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다.
그동안 국제암연구소는 야간 교대근무를 2급 발암물질(2A)로 분류해왔고, 국내에서도 쿠팡을 중심으로 새벽배송 업계에서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규제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현행 법상 야간노동(오후 10시~다음날 오전 6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50%(0.5배) 이상의 가산수당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시간 자체를 규제하는 법은 미비한 상태다.
이에 정부는 보상 외에도 노동시간 상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46시간' 규제 가닥…소득보전은 여전히 딜레마택배사회적대화기구는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택배사(쿠팡·CJ대한통운 등) 등이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체다.
그동안 새벽배송 전면 금지부터 총 근로시간 규제, 연속근무 제한, 근무일 간 휴게시간 보장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왔다.
당초 노동계는 민주노총 택배노조를 중심으로 초심야시간대(0~5시) 배송 금지를 요구해왔으나, 총 근로시간 규제에 합의하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한다.
또 새벽배송을 주당 40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하는 안이 논의됐지만 택배사들이 난색을 표하면서 주46시간으로 절충안이 마련된 상태다.
문제는 '소득보전'이다.
새벽배송은 업무 특성상 정규직 근로자 외에도 사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직(특고) 근무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노동시간이 곧 수입과 직결된다.
실제로 새벽배송 전면 금지 의제가 급부상했을 당시 일부 쿠팡 택배기사들은 "새벽 시간대에 일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선택한 것"이라며 "시간을 규제하면 그 시간에 쉬는 게 아니라 또다른 야간 노동을 하면서 소득을 보전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한 바 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심야노동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 허용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건강권 보장을 위해 시간을 단축하면서도 최소한의 임금 보전 대책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함승헌 가천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야간 교대근무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학적 연구결과가 있다"며 "그러니 일주일에 몇 시간만 일할 수 있다고 정하면 되지만, 관건은 수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택배기사 외에도 소방관이나 경찰관들처럼 주야간 근무를 하는 직종이 있는데, 결국 남들이 일하고 싶지 않을 때 일을 대신해주는 직종에는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새벽배송 종사자의 상당수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프리랜서 형태인 만큼, 일반적인 근로시간 규제로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 경우 영업시간 규제의 문제로 전환될 수 있는데, 이는 시장 경쟁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규제가 도입될 경우 풍선효과나 시장 왜곡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며 "객관적·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는 배송 허용 추진?…노동계 "시대 요구 거스르는 처사"여기에 당정이 대형마트에 새벽배송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또다른 변수도 등장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노동자의 건강권과 생명 보호라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처사이자, '쿠팡 규제'라는 시대적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반노동적 처사"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들은 "그동안 우리 사회는 쿠팡의 고속 성장 이면에 숨겨진 수많은 노동자의 죽음을 목격했고, 심야 노동으로 인한 잇따른 과로사와 산재 은폐 시도에 온 국민이 분노했다"며 "대형마트에도 새벽배송이라는 '무법천지'의 문을 열어주겠다고 한다는 것은 쿠팡의 잘못된 사업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새벽배송은 단순한 서비스의 확대가 아니라, 노동자에게 암과 뇌심혈관 질환을 강요하는 구조적 폭력"이라며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야간 노동 건강 위험성에 기반한 실질적 보호 대책 마련과 노동시간 '규제 강화'"라고 주장했다.
강민욱 민주노총 택배노조 쿠팡본부 본부장도 "계속해서 야간 배송 안전사고들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마트 새벽배송 허용은 너무 섣부른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택배사회적대화기구는 이달 내 합의를 목표로 입장 차를 좁히고 있지만, 노사정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최종 타결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