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손주 안고 1시간 만에 짐 싸"…전세기 탑승자들, 가족과 눈물의 상봉(종합)
· 정부 첫 전세기 투입…아부다비 출발해 1시29분 도착
· 공습 경보 속 귀국…입국장 곳곳에서는 눈물의 상봉
사회
중동 상황 악화로 정부가 전세기를 투입한 가운데 9일 새벽 아부다비를 출발한 정부 전세기 탑승객들이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가족을 만나고 있다."보고 싶었다고 말해주려고 꽃을 샀어요."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어머니와 동생을 기다리던 대학생 심도혁(21)씨는 꽃다발을 꼭 쥔 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원래 가족들이 이달 1일에 돌아오려고 했는데 항공편이 계속 취소됐다"며 "현지에서 미사일 파편이 떨어지고 공항 근처에서도 연기가 올라왔다는 이야기를 들어 걱정이 많았다. 어머니를 보면 가장 먼저 '보고 싶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중동 사태로 아랍에미리트(UAE)에 발이 묶였던 우리 국민을 태운 정부 전세기가 이날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입국장 곳곳에서는 가족들이 서로를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이어졌다.
아부다비에서 출발한 전세기가 이날 오전 1시29분께 도착했다는 안내가 전광판에 뜨자 입국장 앞에서 기다리던 가족들은 문 쪽으로 몰려들며 초조한 표정으로 안을 바라봤다.
잠시 뒤 입국장 문이 열리고 귀국자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기다리던 가족들은 빠르게 달려가 서로를 끌어안았다.
아이를 안은 채 가족과 재회하는 모습도 보였고 캐리어와 여행 가방을 밀고 나온 귀국자들을 향해 가족들이 달려가 포옹하기도 했다.
일부는 휴대전화로 가족에게 귀국 사실을 알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전세기 출발을 앞두고 현지 공항에서는 대피 경보가 세 차례 발령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귀국한 국민들은 공항에서도 경보가 울렸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공포감을 드러냈다.
아부다비에서 거주하다 남편과 아들과 함께 귀국한 김보라(38·여)씨는 "공습 경보가 울리는 건 이제는 일상이 됐지만 여전히 가장 무섭다"며 "공항에서도 경보가 세 번이나 울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아이 학교가 휴교하면서 귀국을 결심하게 됐다"며 "원래는 3월 말쯤 한국에 올 예정이었는데 아이가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게 걱정돼 돌아오게 됐다"고 했다.
딸과 손자를 기다리던 심영애(60·여)씨는 "딸이 UAE 대사관 직원이라 18개월 된 외손자와 시어머니만 먼저 온다"며 "공항에서 헤어질 때 아이가 엄마를 찾으며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잠시 뒤 입국장 문이 열리자 18개월 된 손자를 유모차에 태운 채 입국장에 나온 60대 여성 정모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씨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오늘 아침에도 폭격 소리가 계속 들려 1시간 만에 짐을 싸 손자만 데리고 전세기를 탔다"며 "혹시 비행기가 공격을 받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제일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과 며느리는 현지에 남아 있어 마음이 편치 않지만 그래도 아이를 데리고 한국에 오니 한숨 돌렸다"며 "대사관 직원들과 외교부에서 많이 도와줘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남양주에서 왔다는 70대 여성 정정옥씨는 손주들을 맞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그는 "아들이 현지 회사 주재원이라 이번에 함께 오지 못했다"며 "아들만 못 돌아오니 하루 종일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정씨는 "현지에서는 미사일 파편이 떨어지고 사이렌이 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래도 이렇게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와 다행"이라고 했다.
이번 전세기에는 한국인 203명과 영국·프랑스·캐나다 국적의 외국인 배우자 3명 등 총 206명이 탑승했다.
전세기는 한국 시간 8일 오후 5시35분 아부다비 공항에서 출발해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 이란을 공습해 전쟁이 발발한 이후 우리 정부가 국민 귀국을 위해 전세기를 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공항에 나와 국민들을 맞이한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우리 국민들이 무사히 귀국하게 돼 다행"이라며 "현재 UAE에는 약 1400명의 단기 체류 국민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직항이나 제3국 경유 항공편을 통해 귀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