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전방 해역에 위치한 격렬비열도 3개 섬 중 동격렬비도가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된 데다 상속 등을 통해 외국 국적자의 소유가 가능해 군사 요충지의 제도적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는 서격렬비도를 2014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지만 동격렬비도는 해당 구역에 포함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지난해 2월 백령도·가거도 등 국경 도서 17곳을 추가로 허가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이번에도 동격렬비도는 대상에서 빠졌다.
동격렬비도에 대한 허가구역 지정은 10년째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방·안보 목적의 허가구역은 타 부처 요청이 있어야 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격렬비열도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영해기점 인접 도서에 대해 국토부와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을 협의 중이라면서도 동격렬비도의 지정 여부와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는 "무인도서법과 도서생태계 관련 규정에 따라 소유주가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섬에서 할 수 있는 행위와 출입이 제한돼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군사안보 요충지를 허가구역에서 빠뜨린 것 자체가 제도적 실책이라고 비판한다.
동격렬비도는 서해 불법조업이 집중되는 해역과 인접한 섬으로, 태안군이 전략적 중요성을 들어 정부에 국유화를 요청할 정도로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특히 2014년 중국인의 서격렬비도 매입 시도가 알려지면서 외국 자본의 격렬비열도 일대 토지 취득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격렬비열도 관련 문제를 연구하는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대학원 교수는 "격렬비열도는 세 섬이 하나의 군집을 이루고 어장도 전체 해역을 공유한다"며 "서격렬비도만 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 인접한 동격렬비도를 외국인이 취득해도 막을 수 없어 제도 실효성이 없다. 격렬비열도 전체를 묶어 지정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동격렬비도 일대가 외국인 소유에 노출될 경우 군사·안보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격렬비열도 일대는 한미 연합훈련부터 북한 도발 대비 기동함대 증강 배치까지 핵심 작전 거점으로 활용되는 해역"이라며 "외부 세력이 이곳에서 첩보를 수집한다면 고가 해상 작전 전력이 정보망에 노출될 수 있고, 전면전 상황에서도 우리에게 불리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설령 동격렬비도가 허가구역에 포함됐더라도 이번 취득을 막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행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도는 외국인이 매매 등 계약을 통해 토지를 취득할 때만 적용된다.
상속·증여처럼 계약 외 원인으로 취득하는 경우에는 사전 허가가 아닌 신고 대상이다.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도가 '새로 사는 행위'만을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뉴시스 취재 결과 동격렬비도 공동소유주 3명 중 1명은 미국 국적자로, 해당 지분은 소유주 사망 이후 상속 과정에서 취득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 해양안보 전문가는 "민간인이 소유한 땅이라도 국가안보에 위협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모니터링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불리하게 사용돼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관리 체계를 수립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국은 이미 사후 심사 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은 2018년 외국인투자심사현대화법(FIRRMA) 시행으로 군사시설 인접 부동산 취득을 심사 대상에 포함시켰고 안보 우려가 확인되면 이미 완료된 투자에 대해서도 매각을 명령할 수 있다.
일본도 외환법 개정을 통해 안보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반면 한국은 기존 소유권자의 국적이 바뀌어도 재심사 절차가 없다.
안보 민감지역에서 외국인의 토지 취득 시 국방부장관이나 국가정보원장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부동산 거래신고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아직 처리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이 개정안도 신규 매입에 한정된 것으로 상속이나 국적 변경으로 인한 취득까지 규제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유사시 레이더 기지 같은 장비를 추가 설치해야 할 경우 외국인이 소유한 토지라면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섬을 외국인이 자유롭게 소유할 수 있다면 안보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국유화나 외국인 소유 제한 등 법적 장치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