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이 1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의장을 맡는 전체판사회의를 개최해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상 영장전담법관 및 전담재판부의 구성 기준 등을 논의한다. 사진은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
법관 1명당 심리해야 할 사건이 과중한 이른바 '5분 형사재판'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현직 판사의 기고문이 눈길을 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차기현 판사는 최근 법률신문에 '5분 형사 재판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썼다.
형사단독 재판부에 보임한 차 판사는 기고문에서 "5년 만에 다시 형사재판 현장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5분 재판'의 문제점은 하나도 개선되지 않았다"며 "직접주의와 공판중심주의라는 형사소송법의 이상을 제대로 실현하기는커녕, 밀려드는 사건을 이른바 '떨어내는데' 급급한 우리의 현실을 다시금 체감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5분 형사재판'이란 충분한 심리·질문·토론 없이, 몇 분 내로 기일이 끝나거나 절차만 확인하고 넘어가는 재판 관행을 뜻한다. 법관 1명이 심리하는 사건이 지나치게 많아 직접주의·공판중심주의가 형식화된 국내 형사재판의 문제를 상징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어 일본 연수 당시 도쿄지방재판소 형사 재판 참관 당시를 언급하며 "법정에서 실질적인 경청과 토론이 이뤄지는 '30분 재판', '1시간 재판'이 실현되고 있었다. 일본 한 판사의 '보통의 한 주(週)'를 자신의 지난 일주일과 비교해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고 밝혔다.
차 판사는 "이달 19일 오전 16건의 신건·속행 기일을 진행했고, 오후에는 한 시간 간격으로 3개 사건에서 증인 5명을 신문해야 했다. 오는 24일에는 40분 동안 판결 선고가 10건 예정돼 있다"며 "막 업무에 적응하는 단계라서 의도적으로 사건 수를 줄여놓은 것이 이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정에서 경청·토론은 고사하고, 숨 가쁜 '5분 재판'을 그나마 절차 위반이나 누락 없이 진행하기에도 벅차다"며 "'5분 재판'이라는 표현 자체가 이미 사법 불신의 상징이 된 지 오래지만 바뀐 것은 거의 없다. 문제의 원인은 개별 법관의 노력 여하가 아니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사건 수와 이를 전제로 돌아가는 시스템에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차 판사는 '사법 개혁'을 향한 뼈 있는 한 마디로 기고문을 맺었다.
그는 "법정에서 차분하게 경청할 시간도, 고민할 여유도 부족한 재판 환경 속에서 형사 법관은 한편으로는 사건을 쏟아내듯 처리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그 결과에 대해 형사 책임을 지는 위험까지 감당해야 한다"며 법 왜곡죄 신설 등 최근 사법개혁을 에둘러 비판했다.
끝으로 "당연하지만 국민이 바라는 것은 자기 사건을 충분히 들어주는 재판일 것이다. 근본적으로 어렵게 하는 '5분 재판'의 현실은 외면한 채 지금 '사법 개혁'은 과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