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시 노사 공멸" 삼성전자 의장도 등판…쏟아지는 '파업 자제' 촉구
· 신 의장, 대화 통한 문제 해결해야 강조
· 사외이사 "기업가치 및 600만 주주 이익 보호해야"
· 노조, 영업이익 15% 요구…주주 배당금의 4배 달해
· 정관계·학계·외신까지 잇따른 '국가 경제 위기' 경고
산업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정관계와 학계, 주주단체의 파업 철회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삼성전자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이사회 의장과 사외이사들까지 가세해 노조를 향한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이들은 노조의 파업 예고를 기업가치 훼손과 국가 경제 타격을 초래하는 '공멸의 길'로 규정하고 한목소리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5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노사 모두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임직원들에게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당부했다.
신 의장은 최근 노조의 파업 예고와 관련해 경영 위기 우려를 표명하며 주주와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번 행보는 단순한 노사 갈등 중재를 넘어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회가 현 상황을 기업 존립의 위기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는 평가다.
경영 실무를 담당하는 CEO가 아닌,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이사회 의장이 직접 거시 경제 지표를 거론하며 등판한 것은 이번 사태가 기업을 넘어 국가적 이슈로 확대되었음을 시사한다.
신 의장은 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타이밍과 고객 신뢰가 핵심이라는 점을 들어 생산 차질 시 근본적인 경쟁력 상실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는 노사 갈등의 성격을 국가 경제 안보 문제로 규정한 것으로, 파업 시 발생할 대외 신인도 하락과 기업 존립은 물론 국가 경쟁력에 대한 치명적인 타격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사외이사들 역시 최근 이사회에서 노조 파업에 대해 공식적인 우려를 표명한 상황이다.
이들은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600만 주주의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현 상황이 엄중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특히 노조가 요구하는 최대 45조원의 성과급은 올해 주주배당(11조원)의 4배이자 지난해 연구개발비(37조 원)를 상회해 미래 성장 동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 집중 지적됐다.
앞서 학계에서도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일일 1조 원 수준의 손실과 함께 AI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의 기회비용 상실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 번 이탈한 고객은 돌아오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영구적인 시장 상실 리스크를 경고했다.
김정호 KAIST 교수도 “기업이 글로벌 경쟁 속에서 투자와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임금 요구는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관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부 노동자들의 과도한 요구가 국민적 지탄을 받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국가 경제 및 협력업체 생태계에 미칠 타격을 우려하며 노사 자율 협의를 당부했다.
주주단체도 강도 높은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압박에 가세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파업으로 핵심 자산이 훼손될 경우 참여 노조원 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경영진이 위협 회피를 위해 부당한 성과급 협약을 맺을 경우 대표소송을 제기하고, 노조 측에는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진행하는 등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는 방침이다.
외신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로이터 등은 삼성전자의 파업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병목 현상을 악화시키고 차세대 투자 역량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신 의장은 이번 갈등이 건설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밑거름이 되도록 경영진과 함께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