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사람을 잃는 기업의 계산 착오…'월급 받으려다 죽다'
월급 받으려다 죽다 (사진=21세기북스 제공)
현대인이 일터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에너지 고갈'은 더 이상 개인의 체력 문제가 아니다.
해로운 직장 환경은 직원의 건강을 해치고, 동시에 조직의 활력까지 잠식한다.
조직행동학 분야의 석학 제프리 페퍼는 수십 년간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이를 증명한다.
그는 직원 건강 악화가 연간 30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초래하는 '사회적 오염'이라고 규정한다.
직원의 안녕을 돌보는 일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수익 전략이라는 주장이다.
직장과 회사원의 적대적 공생 관계는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직장 스트레스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는 연간 85만명에 이른다.
유럽에서는 노동 손실 일수의 60%가 스트레스에서 비롯된다.
중국에서는 매년 100만명이 과로로 사망하고, 일본에서도 과로사가 사회적 문제로 자리잡았다.
복지 제도가 비교적 잘 갖춰진 국가들에서도 연구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번아웃과 만성 스트레스는 개인 컨디션 저하로 끝나지 않는다.
집중력 저하와 의사결정 오류, 혁신 역량 약화, 팀워크 붕괴로 이어지며 결국 생산성과 매출 감소로 귀결된다.
직원수를 줄이고 노동 강도를 높이는 방식이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은 저자가 보기에 '명백한 오판'이다.
잦은 이직으로 발생하는 채용·교육 비용, 숙련 인력 이탈에 따른 품질 저하, 조직 내 냉소주의 확산은 기업의 체력을 서서히 갉아먹는다.
페퍼는 이를 '사람을 소모하는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단기 실적을 위해 인건비를 압박하는 관리방식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인적 자본을 스스로 훼손한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단순하다.
'업무 통제력'과 '사회적 지지'다.
직원에게 의사 결정권을 주고 스스로 성과를 설계하게 하는 환경, 과도한 성과 경쟁 대신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직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경영 지표로 삼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전제는 하나다.
직원은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은 기업에게만 경고를 보내지 않는다.
개인에게도 묻는다.
건강과 삶을 해치는 환경을 무조건 감내해야 하는가.
저자는 말한다.
"만약 '노동'이 단지 고통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며, 직장이 사람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해롭지 않은 곳이 된다면 어떨까?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의료 지출이 줄어들고, 생산성과 실적은 더 높아질 것이다."(2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