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꽃피는 아몬드나무(Almond Blossom)’, 1890, 캔버스에 유채, 73.3×92.4cm,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소장봄은 달력으로 오지 않는다.
어느 날 문득나무 한 그루가 먼저 알아차린다.
아직 바람은 차갑고사람들은 코트를 벗지 못했지만가지 끝에서는 이미 꽃이 열린다.
빈센트 반 고흐의 ‘꽃피는 아몬드나무’는바로 그 순간의 그림이다.
짙은 파란 하늘 아래메마른 가지들이 가볍게 뻗어 있고그 위에 흰 꽃들이 조용히 피어 있다.
잎도 나지 않은 가지.
겨울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 나무.
그러나 그 위에서생명은 이미 시작되었다.
1890년 2월고흐의 동생 테오에게 아들이 태어났다.
아이의 이름은 빈센트.
삼촌의 이름을 따 지은 이름이었다.
고흐는 조카의 탄생을 축하하며이 그림을 그렸다.
그는 평소 거의 쓰지 않던 밝은 색을 사용해꽃과 꽃봉오리를 정성스럽게 그려 넣었다.
“내 꽃 그림 중 최고다.
”그가 남긴 말처럼이 그림은 고흐의 작품 가운데가장 환한 그림 중 하나다.
그러나 고흐는그 조카와 오래 함께하지 못했다.
이 그림을 그린 지 5개월 뒤그는 세상을 떠났다.
평생 ‘형바라기’였던 테오 역시반년 뒤 형을 따라갔다.
하지만 어떤 그림은그림을 그린 사람보다 오래 산다.
예술은 사람보다 오래 산다.
그 꽃은지금도봄을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