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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무게를 아는 자들의 귀환…엑소, 다시 쓰이는 회귀의 기록

· 엑소 정규 8집 '리버스' 리뷰

연예 박윤지 기자 · 2026.02.19 03:59
슬픔의 무게를 아는 자들의 귀환…엑소, 다시 쓰이는 회귀의 기록그룹 엑소.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 창립 31주년을 맞은 SM엔터테인먼트의 역사를 성경에 비유한다면 그룹 'H.O.T.'는 구약의 시작이고, 그룹 '에스파'는 신약의 도래다.

그 정중앙에서 신약의 세계관을 예고한 '예언서'는 단연 그룹 '엑소'였다.

2012년 '태양계 외행성'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K-팝 세계관의 기틀을 닦았던 이들은, 최근 발매한 정규 8집 '리버스(REVERXE)'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들의 기원으로 회귀(Reverse)한다.

단순한 과거로의 복귀가 아니다.

앨범명에서 '에스(S)' 대신에 사용한 '엑스(X)'는 엑소의 정체성이자, 흩어졌던 초능력과 기억이 '진정한 하나'로 수렴되는 지점을 상징한다.

2.5세대로서 K-팝 황금기인 3세대 K-팝의 문을 열었던 이들이 이제는 자신들이 구축한 거대한 성벽 안에서 가장 성숙한 방식으로 '새로운 세계'를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하드 댄스'와 서사의 결합

이번 앨범의 백미는 단연 타이틀 곡 '크라운(Crown)'이다. 애틀랜타 트랩 드럼의 묵직함 위에 헤비메탈 기타 리프가 날카롭게 박히고, 그 사이를 EDM 신스가 메우며 '하드 댄스'라는 생소하면서도 강렬한 장르를 완성했다

'왕관(Crown)'은 권력의 상징이 아닌, '지켜내야 할 소중한 존재'로 치환했다.

수많은 이들이 탐내는 왕관을 머리에 쓰는 대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스스로 왕관이 돼 그 무게를 견디겠다는 간절함이 엑소 고유의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형상화됐다.
엑소.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의 뮤직 퍼포먼스, 즉 'SMP'(SM Music Performance)의 변주다.

SMP는 SM 음악 철학의 결과물이다.

SM 소속 뮤지션들의 노래·안무를 최적으로 혼합한 스타일을 일컫는다.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유도하는 현란한 댄스음악, 여기에 사회비판적인 내용의 노랫말도 포함된다.

난해하지만 사운드·메시지가 덩어리로 무대 위에 펼쳐져 폭발력을 냈다.

광야(KWANGYA·SM 가수들이 모여 있는 세계관)를 추종하는 '슴덕'('SM'을 '슴'으로 읽는 것으로 온라인에서 SM 마니아를 지칭함) 혹은 '핑크 블러드'(SM의 아티스트와 콘텐츠를 응원하는 팬덤)가 양산됐다.

K팝 기획사 중 가수뿐 아니라 회사 자체로 팬덤을 거느린 곳은 1996년 'H.O.T'를 시작으로 역사를 쌓아온 SM이 유일하다.

H.O.T.를 시작으로 '동방신기', 엑소, 'NCT', 에스파 등이 SMP 계보를 잇는다.

그 중에서도 엑소의 SMP는 세계관의 결정체인데, 이번 '크라운'에서 엑소는 익숙함에 낯선 장르를 차용해 신선함을 꾀했다.

SMP의 온고지신이란 이런 것이다.

◆유기적인 트랙 리스트…증명과 로맨티시즘앨범은 총 9곡의 유기적인 흐름을 통해 엑소라는 아티스트의 다면성을 보여준다.

'백 잇 업(Back It Up)'은 808 베이스와 비트 전환이 돋보이고, '크레이지'는 브질리언 펑크 요소가 가미된 댄스곡이다.

'문라이트 섀도우스(Moonlight Shadows)'는 세밀한 전자 펄스와 감미로운 보컬이 만난 시네마틱 R&B 팝으로, 엑소의 로맨틱한 감성적 깊이를 증명한다.

'터치 & 고(Touch & Go)'는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마음의 과정을 아르페지오 신스로 리드미컬하게 그려낸 미니멀 팝이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플랫라인(Flatline)'과 '아임 홈(I'm Home)'은 엑소가 단순히 퍼포먼스 그룹을 넘어 '앨범형 아티스트'로서 도달한 지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유일한 이정표를 발견했을 때, 심장은 비로소 평온한 평지선(Flatline)을 그린다.

즉 '플랫라인'은 삶의 파고를 견디게 하는 단 한 사람에 대한 '정확한 사랑'의 고백이다.

서정적인 어쿠스틱 기타와 신비로운 신스 사운드는 우리가 길을 잃었을 때 마주하는 찬란한 빛과 닮아 있다.

마지막 곡 '아임 홈(I'm Home)'은 이 여정의 완벽한 마침표다.

화려한 초능력도, 거창한 세계관의 수식어도 내려놓은 채 "사랑하는 이들과 다시 함께하게 된 행복"을 노래하는 이 팝 발라드는 엑소가 우여곡절에도 그간 그토록 치열하게 증명해 온 세계관의 종착역이 결국 '곁에 있는 사람', 즉 엑소엘이었음을 시사한다.

슬픔의 무게를 정확히 이해하는 자만이 부를 수 있는, 가장 따뜻한 귀환의 노래다.

엑소가 오는 4월 10~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에서 여는 여섯 번째 단독 콘서트 투어 '엑소 플래닛 #6 - 엑소라이즌'에서 그 노래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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