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에 이룬 간절한 꿈…'3전 4기' 끝에 올림픽 메달 품은 김상겸[2026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김상겸(왼쪽)이 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시상식을 마친 뒤 은메달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뒤늦게 꽃을 피웠다.
한국 스노보드 대표팀의 베테랑 김상겸(하이원)이 37세의 나이에, 3전 4기 끝에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뤘다.
김상겸은 8일(한국 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벤야민 카를(오스트리아)에 아쉽게 져 은메달을 수확했다.
비록 카를에 0.19초 차로 뒤져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김상겸은 은메달로 올림픽 메달 숙원을 풀었다.
2014년 소치,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대회에 이어 4회 연속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김상겸은 이번 대회 이전까지는 평창에서 평행대회전 15위에 오른 것이 자신의 올림픽 최고 성적이었다.
한국 스노보드 알파인 대표팀의 '소나무' 같은 존재인 김상겸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는 천식으로 고생하는 '약골 소년'이었다.
운동과 연을 맺은 것도 건강 때문이었다.
부모가 건강을 위해 운동을 권유했고,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육상을 시작했다.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되찾은 김상겸은 봉평중 2학년 시절 학교 내에 스노보드 팀이 만들어지면서 스노보드를 시작했다.
육상 단거리, 높이뛰기 등을 했던 김상겸은 폭발적으로 힘을 쓰는 능력을 다진 덕에 스노보드 알파인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김상겸은 2011년 한국체대 졸업 후 국내에 실업팀이 없어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비시즌에 일용직을 하면서까지 스노보드를 놓지 않았다.
어려움 속에서도 선수 생활을 이어간 김상겸은 2014년 소치 대회 때 스노보드 알파인 종목에서는 최초로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김상겸은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무대에서는 종종 입상했으나 앞서 세 차례 올림픽에서는 좀처럼 메달과 연을 맺지 못했다.
월드컵 대회와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만 냈다.
첫 올림픽이었던 2014년 소치 대회에서는 예선에서 17위에 그쳐 상위 16명이 나서는 결선 진출을 아쉽게 놓쳤다.
당시 16위와 김상겸의 격차는 0.51초 차였다.
스노보드 알파인 최초의 올림피언이었지만 이후 김상겸은 후배 이상호(넥센윈가드)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2017년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이상호가 금메달, 최보군이 은메달을 딸 때 김상겸은 5위에 머물러 아예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이상호가 은메달을 따 한국 스키·스노보드 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지만, 김상겸은 예선을 15위로 간신히 통과한 후 결선 첫 판인 16강에서 고배를 들었다.
김상겸은 2021년 3월 스노보드 알파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위를 차지해 한국 스키 사상 세계선수권대회 역대 최고 성적에 타이를 이루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4년 전 올림픽은 아픔으로 남았다.
김상겸은 예선에서 24위에 머물면서 결선 무대 조차 밟지 못했다.
김상겸은 이번 올림픽 출전 자격을 확보하며 4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족적을 남겼지만, 그에게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여전히 메달 기대는 이상호에게 쏠려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상호는 2025~2026시즌 FIS 월드컵 남자 평행대회전 랭킹 7위인 반면 김상겸은 20위에 불과했다.
이상호는 올림픽을 앞두고 치른 슬로베니아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김상겸은 이번 시즌 월드컵 최고 성적이 같은 대회 5위였다.
이날 벌어진 예선에서도 이상호는 6위로, 김상겸은 8위로 결선에 올랐다.
그러나 김상겸은 결선에서 승승장구하며 결승 진출을 이뤄냈다.
16강에서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잔 코시르(슬로베니아)가 레이스를 마치지 못하면서 승리를 거두는데 성공했다.
코시르는 2014년 소치, 2018년 평창에서 이 종목 동메달을 딴 선수다.
이어진 8강에서는 이번 시즌 월드컵 랭킹 1위를 달리는 개최국 이탈리아의 강자 롤란드 피슈날러를 꺾으며 대이변을 연출했다.
탄력을 받은 김상겸은 결승 진출까지 이뤄냈다.
결승에서 비록 월드컵 랭킹 2위이자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평행대회전 금메달리스트인 카를을 넘지 못했지만, 김상겸은 무엇보다 귀중한 메달을 품에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