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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자'라서 책임은 안 지는 네이버·쿠팡…이번엔 규율 강화될까

경제 박진성 기자 | 등록 2026.02.20 06:13
공정위, 플랫폼 소비자보호 체계 개편 연구용역
결제·배송·PB 등 통신판매중개업자 역할 확대
'플랫폼도 계약 당사자' 소비자 인식 85% 달해
공정위원장 "소비자에 대한 플랫폼 책임 강화"
쿠팡 전 직원이 일으킨 침해 사고로 성명, 이메일이 포함된 쿠팡 이용자 정보 3367만3817건이 유출됐다고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이 발표했다. 해당 직원은 전화번호, 배송지주소, 특수문자로 비식별호된 공동현관 비밀번호 등이 포함된 배송지 목록 페이지를 약 1억4800만건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네이버와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은 전자상거래법상 거래 당사자가 아닌 중개 역할에 그치지만, 플랫폼 생태계가 강화되면서 이들을 단순 중개자가 아닌 거래 당사자로 인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의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 검토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정부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통신판매중개업 관련 소비자보호 체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상 온라인 플랫폼은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된다.

통신판매중개업자는 사이버몰을 통해 판매자와 소비자 간 거래를 연결하고, 판매자의 신원정보를 확인해 이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의무를 부담한다.

또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만이나 분쟁 해결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계약의 주체는 판매자이며 플랫폼은 중개자라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입점 판매자가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러나 최근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는 플랫폼의 기능과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네이버는 자체 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결제 및 대금 정산 기능을 수행하고 있고, 쿠팡은 쿠팡페이를 통해 결제와 정산을 처리하고 있다.

쿠팡은 CPLB를 통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출시·판매하는 한편, CLS를 통해 상품 보관과 배송 등 물류를 직접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플랫폼이 결제와 물류 등 핵심 거래 기능을 수행하면서 단순 중개를 넘어 거래 과정 전반에 직접 관여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신판매중개업자와 통신판매업자의 역할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 인식 역시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실시한 소비생활지표 조사에 따르면 분쟁 발생 시 입점 판매자뿐 아니라 플랫폼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86.3%로 나타났다.

계약 당사자를 입점업체가 아닌 플랫폼으로 인식한다는 응답도 85.8%에 달했다.

소비자가 상품 검색부터 결제·배송·사후 처리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플랫폼을 통해 진행하면서 거래 상대방을 개별 판매자가 아닌 플랫폼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전자상거래법은 여전히 플랫폼을 중개자로 규정하고 있어 소비자 인식과 법적 규율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

플랫폼이 거래의 핵심 과정에 관여하고 있음에도 법적 지위는 중개자로 규정돼 있어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공정위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역할 변화에 맞춰 소비자 보호 체계를 점검하고 제도 개선 필요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전자상거래 환경에서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역할과 책임 범위를 재검토하고 법·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연구 과정에서는 유럽연합(EU) 디지털서비스법(DSA) 등 해외 주요 국가의 플랫폼 규제 사례와 국내 제도 추진 현황도 함께 분석할 예정이다.

이번 논의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플랫폼거래공정화법과는 규율 대상이 다르다.

플랫폼공정화법은 플랫폼 기업과 입점업체 간 거래 조건·수수료·대금 정산 등 사업자 간 거래(B2B)를 규율하는 법안으로, 플랫폼과 판매자 간 거래의 공정성 확보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반면 전자상거래법은 플랫폼과 소비자 간 거래, 즉 B2C 관계에서의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다.

이번 연구용역은 플랫폼과 소비자 간 관계에 대한 규율 체계를 점검한다는 점에서 플랫폼공정화법과 목적과 범위가 구분된다.

주병기 공정위 위원장은 올해 업무보고 브리핑을 통해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거래 안정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디지털 시장 관련 국회에서의 입법 논의를 계속 지원하겠다"며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피해 예방을 위해 플랫폼의 소비자에 대한 직접 책임도 강화하겠다"고 한 바 있다.

미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쿠팡에 대한 우리 정부의 규율 강화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공정위는 전자상거래법 개정 검토가 기업 간 경쟁 제한이 아니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이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없는지 다른 나라 사례를 연구할 예정"이라며 "통상 문제가 있는 플랫폼거래공정화법과 플랫폼독과점법 쪽과 달리 소비자 보호는 전 세계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규제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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