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돼지고기·계란·교복·주유소…'물가 감시망' 넓히는 공정위
· 밀가루·전분당 담합에 최대 1조대 과징금
· 돼지고기·계란 가격 담합 제재 절차 착수
· 교복·가공식품·에너지 등 광범위 조사 중
· "민생 밀접한 품목 점검…부당 이익 대응"
뉴시스 경제

27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밀가루가 진열되어 있다. CJ제일제당이 밀가루 제품 가격을 평균 5% 추가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1월 초 업소용, 이달 초 소비자용 밀가루 가격을 각각 평균 4%, 5.5% 내린 데 이은 후속 조치다.공정거래위원회가 설탕에 이어 밀가루·전분당 등 식료품 담합에 대한 심의에 착수했다.
가공식품과 주유소까지 감시 범위를 넓히며 물가 관리에 나서고 있다.
농축산물, 교복 시장 등에 대한 조사도 동시에 진행하면서 민생 물가와 직결된 분야 전반으로 조사망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공정위가 담합 단속을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을 차단하는 물가 감시자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정부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밀가루·전분당 등 주요 식료품 시장에서 발생한 담합 사건에 대한 심의에 착수했다.
이들 품목은 과자·빵·음료 등 가공식품의 핵심 원료이자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품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설탕 담합 사건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3개 제당사가 약 4년 동안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과징금 총 4083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원당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이를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지 않고 인하 시점을 늦추는 방식으로 가격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관련 매출액은 약 3조2884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밀가루 시장에 대한 제재도 임박했다.
공정위는 대선제분·대한제분·CJ제일제당 등 7개 제분업체의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최근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해당 사건의 관련 매출액은 약 5조8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공정거래법상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어 이론상 최대 1조1600억원대 과징금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분당 시장에서도 장기간 담합 정황이 포착됐다.
대상·사조CPK·삼양사·CJ제일제당 등 4개 업체가 약 7년 6개월 동안 가격을 공동으로 조정한 혐의다.
전분당 사건의 경우 관련 매출액이 약 6조2000억원으로 산정돼, 최대 1조2400억원 수준의 과징금 부과 가능성이 점쳐진다.
공정위는 밀가루·전분당 가격 담합에 대해 가격 재결정 명령을 함께 내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기업이 담합으로 결정한 가격을 다시 정하도록 하는 제도로, 실제로 발동될 경우 약 20년 만의 사례가 된다.
공정위의 감시망에는 돼지고기와 계란도 포함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돼지고기 납품 가격과 생돈 구매 가격을 담합했다는 의혹을 받는 목우촌·도드람·대성실업·부경양돈농협·충남양돈농협·CJ피드앤케어 등 육가공 업체 6곳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이들은 축산 농가에서 구입한 돼지고기를 가공한 뒤 대형마트나 대리점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가공육 가격을 담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계란값 상승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산란계 협회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산란계협회가 고시가격을 발표한 뒤 회원사가 이를 따르도록 강제해 가격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료품뿐 아니라 민생에 직결되는 교복도 물가 관리 대상에 올랐다.
공정위는 조만간 광주 지역 136개교 27개 업체의 입찰 담합 사건에 대한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동시에 4개 교복 제조사 및 전국 40개 내외 대리점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향후 조사 범위를 가공식품과 에너지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라면·과자·빵·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가격 동향을 살펴볼 예정이다.
원재료 가격 하락에도 부당한 방법으로 제품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체감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출고가·소비자가·단위가격 등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담합 등 불공정거래행위가 우려되는 경우 신속히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중동 사태를 빌미로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이를 빌미로 담합 등 부적절한 방법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행태에 대한 점검도 진행한다.
가격 담합이나 눈속임 판매 등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가 포착되면 곧바로 조사를 개시할 계획이다.
장례식장 리베이트 관행에 대한 조사도 전국 단위로 진행되고 있다.
리베이트 비용이 이용자에게 전가되는 것으로 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거듭 담합 등 부당한 방법으로 물가를 높이는 행위에 대한 엄벌을 주문하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물가당국으로서의 역할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병기 공정위 위원장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민생품목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원재료 가격 상승에 편승해 생필품 등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하거나, 사재기 및 가격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편취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