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가격표에 경유 가격과 휘발유 가격이 이틀 전보다 가격이 하락해 있다. 해당 주유소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정세 불안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해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웃도는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국제유가가 중동 사태 이후 21% 급등하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전쟁의 장기화 여부에 따라 한국 경제의 에너지 공급 차질, 전력 비용, 수출 성과 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동 정세가 올해 정부가 제시한 경제성장률 2.0% 사수의 큰 변수로 떠올랐다.
8일 국제금융센터(KCIF)와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 등에 따르면 중동 분쟁이 장기화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에너지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
글로벌 IB인 시티(Citi)는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중동 사태가 단기간에 종료되면 유가는 미국의 공습 이전인 배럴당 65달러로 복귀할 것으로 관측됐다.
휴전협상이 진척되고 4월 후 주요 산유국 협의체(OPEC+)가 공급을 늘리면 올해 중반에 50달러까지도 도달 가능하다고 봤다.
주요 기관들은 국지전이 지속될 것으로 무게를 두고 있는데, 그 기간과 규모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뿐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수송량도 상당하다.
카타르산 LNG 상당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되는데, 한국은 전력 생산의 약 28%를 LNG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 발전 연료 가격 상승과 함께 전력 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제조업 생산 비용 증가도 불가피해진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에너지 가격 상승은 결국 한국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려 결국 공급 측면에서 비용이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향후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내수 소비를 둔화시킬 수 있다.
실제 중동 사태 이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약 21%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도 1480원을 위협하며 수입 물가 압력을 높이고 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와 환율, 전력 비용이 모두 상승해 올해 2% 안팎으로 전망된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도 중요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에너지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6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긴급 도입했다.
또 금융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120조원 규모 시장 안정 조치를 가동하고 있다.
100조원 규모 시장안정 프로그램과 함께 20조원 규모 수출기업 금융 지원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금융시장 충격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긴박한 상황 속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응책을 총체적으로 촘촘히 마련하고 있다"며 "경제 분야에서 실물반, 금융반, 에너지반을 구성해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이상징후가 발생 시 즉각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