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건설업계 "전례 없는 불확실성…예의주시"
· 건설노조 원청 100개 건설사에 단체교섭 공문
· 건설업계 "불확실성 많다보니 협상에도 애로"
· 고환율·중동발 원자잿값 상승에 노무 리스크
· "늘어난 비용만큼 공사비 반영…주택 공급 지연"
사진은 28일 서울시내 아파트 건설현장.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 건설업계는 원청과 하청 노동조합 간 직접 교섭이 가능해진 데 따른 노무리스크 대응에 부심했다.
더욱이 고환율과 중동발 공급망 불안으로 원자재와 공사비 상승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분양가와 집값 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개정 노동조합법, 일명 노란봉투법이 지난해 9월9일 공포 후 6개월만인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노란봉투법은 원청 대기업이 하청업체 근로 조건에 개입하는 '구조적 통제'가 있을 경우 사용자성을 인정해 하청 근로자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게 하는 게 골자다.
법 시행에 맞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는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 건설사 100곳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요구했다. 이후 교섭을 요구하는 공문도 발송했다.
건설노조는 전체 건설사를 수신으로 하는 공문을 통해 주요 단체교섭 의제로 ▲산업 안전 의제(중대재해 예방, 폭염 등 기후위기 건강장해 예방, 노사 안전 상생 등) ▲다단계 불법 하도급 예방 등을 제시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HR 인사 부서에서 대응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원청까지 사용자성이 확대된다는 것 외에는 개정 법이 건설업에 어떻게 적용될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여서 애를 먹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많아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정도"라고 전했다.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사내 하청 성격인 일반 제조업과 달리 건설현장은 레미콘, 크레인, 화물차주 등 전문 분야로 구분되는 데다가 현장마다 도급 계약 내용이 달라서 사용자성 확대의 법리적 해석이 더 필요하다"며 "전례가 없는 상황이니 건설업 특성을 반영한 기준이 나와 교통정리가 되기 전까진 협상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지난해 건설업 등 산업현장 중대 재해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국회에서 매출의 최대 3% 과징금을 부과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원하청 교섭 범위 확대 파장이 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청사가 교섭의 직접 관리주체가 되면서 관리범위도 확대될 수 있다"며 "지금도 노조의 교섭 요구나 파업 리스크가 공기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 노란봉투법까지 시행되면 교섭 요구가 지나치게 확대돼 현장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노무법인이나 로펌 등 전문기관을 통해 대응책을 수립할 수 있는 대형 건설사와 달리 중소 건설사의 경우 교섭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런 상황에서 그보다 규모가 작은 곳은 대응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며 "중소 건설사들을 위해 개정 노동조합법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대응 메뉴얼을 마련해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데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 급등이 시멘트와 철강 등 원자잿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원유가 상승이 건설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원유 가격이 10% 상승할 때 주택 건축 비용은 0.0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회나 아스팔트 제품 등 기타 비금속 광물 제품의 생산비용은 0.33%, 시멘트와 레미콘 및 콘크리트 제품은 0.21%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원하청 갈등이 나타나면 공사비 상승이 분양가, 집값 상승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22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건설공사비지수가 급등한 전례도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2021년 1분기 103.04에서 2022년 1분기 113.77으로 급등했다. 지난 1월 기준 건설공사비 지수는 133.28(잠정치)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상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상태에서 노임까지 올라가면 시공사 입장에선 늘어난 사업비를 분양가격에 반영 안 할 수 없다"며 "공사비 분쟁으로 주택 공급이 지연된다면 집값 안정에도 저해 요인이 되는 만큼 현장의 불확실성을 줄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