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라이베리아 국적의 유조선 선룽 수에즈 막스호가 12일 인도 뭄바이항에 입항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란이 국제해사기구(IMO) 회원국에 비적대적 선박은 자국 협조하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란이 국제해사기구(IMO) 회원국들에 비적대적 선박은 자국 당국과 협조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에 대한 적대 행위에 가담한 국가와 관련된 선박은 통항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못 박으면서,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가 인용한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IMO 회원국들에 보낸 서한에서 “비적대적 선박은 이란 당국과의 조율 아래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미국, 이스라엘과 관련된 선박이나 침략에 가담한 다른 국가 선박은 무해통항 또는 비적대적 통항 자격이 없다”고 명시했다.
이란은 서한에서 자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닫은 것이 아니라, 적대 세력이 해협을 군사적으로 악용하지 못하도록 “필요하고 비례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국제사회에 해협 봉쇄 책임이 일방적으로 이란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로이터는 FT 보도 내용을 독자적으로 전부 검증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현재 IMO도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IMO 이사회는 3월 18~19일 긴급회의를 열고 선박 공격과 사실상의 해협 봉쇄를 강하게 규탄했으며, 걸프 해역에 발이 묶인 선원과 선박의 안전 확보를 위한 안전 통항 체계와 인도주의 통로 마련 방안을 논의했다. IMO는 특히 서쪽 해역에 갇힌 선박과 선원들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최근까지 호르무즈 해협과 걸프 해역에서는 다수의 상선이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약 2000척의 상선과 2만명가량의 선원이 해협 서쪽 해역에 머물고 있으며, 최소 17건 이상의 선박 관련 사건과 사망자도 보고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가스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항로여서, 제한적 통항만 허용되는 현 상황 자체가 세계 에너지 시장에는 큰 부담이다.
문제는 이란이 이번 조치를 일시적 관리 수준이 아니라, 장기적인 통항 통제 체계로 제도화할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FT에 따르면 이란 정·관계 일각에서는 전쟁이 종결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이 이전처럼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이란 정치권에서는 해협 통행 규제를 제도화하는 새로운 법안 논의도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번 서한은 “모든 선박 통항 불허”라는 전면 봉쇄보다는 “적대국 선별 통제”에 가까운 메시지로 읽힌다. 다만 미국·이스라엘 관련 선박을 배제하고, 비적대국 선박도 이란 당국과의 사전 협조를 조건으로 내건 만큼, 호르무즈 해협이 예전처럼 중립적이고 자유로운 국제 항로로 즉시 복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