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회복도 막는다?" 미·이스라엘, 이란 경제 숨통 조인다
· 유가 급등·정제제품 공급 차질 우려…이란선 식료품값 오르고 공장 멈춰
국제
3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남서쪽 카라지의 신설 B1 교량이 전날 미군의 공습으로 파괴돼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전쟁 수행 능력뿐 아니라 경제 회복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공격 대상을 넓히면서 이번 전쟁이 군사 충돌을 넘어 이란 경제를 직접 겨누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르면 이번 주 미국의 승인을 받아 이란의 에너지 시설 타격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의 교량과 발전소 전반을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WSJ는 이런 움직임이 전쟁의 성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로 확보한 협상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제는 군사시설을 넘어 이란 경제의 버팀목까지 정조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의 20%가 지나는 핵심 수송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미 비에너지 부문 핵심 시설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이란 최대 철강 공장과 대형 석유화학 시설, 교량 등이 타격을 입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 당국자 출신인 아브네르 골로브는 이 같은 공격이 전쟁 종료를 거부할수록 이란 경제가 치를 대가도 더 커질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민간 인프라 공격은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해당 시설들이 이란 군에 필요한 물자를 생산한다는 점을 들어 정당한 표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도 맞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을 실행할 경우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들의 민간 인프라 공격을 강화하겠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바레인과 아부다비의 석유화학 시설, 쿠웨이트의 석유·담수화·전력 시설이 이미 공격을 받았고, 이스라엘 남부 산업지대도 타격 대상이 됐다고 WSJ는 전했다.
이란의 이런 대응은 글로벌 에너지 가격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유가는 이미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오른 상태다.
문제는 설령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정상화되더라도 에너지 시설이 심각하게 파괴되면 걸프 지역에서 생산되는 정제제품 수출이 수개월 이상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두바이의 에너지 컨설팅업체 카마르에너지의 로빈 밀스 최고경영자는 걸프 지역에서 나오는 하루 500만 배럴 규모의 정제제품 일부가 수개월, 길게는 그 이상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원유 수입국의 물가와 공급망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전쟁의 여파는 이란 내부에서도 커지고 있다.
WSJ는 현지 주민들 인터뷰를 인용해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고 공장 가동 중단으로 실업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전쟁이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기보다 서민들만 더 큰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방 제재로 이미 약해진 경제가 전쟁 장기화로 더 깊은 상처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특히 이란의 외화벌이 축을 겨냥하고 있다.
아살루예의 대형 석유화학 단지를 비롯해 마슈하르와 타브리즈의 관련 시설들이 잇따라 공격받았고,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이란 석유화학 수출의 85%를 담당하는 시설들이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석유화학 산업은 이란 비석유 수출 수입의 약 25%를 차지하는 핵심 분야로, 철강과 제약 부문도 함께 공격 대상에 올랐다.
WSJ는 이란이 고유가 속 원유 수출을 이어가고, 호르무즈 통항을 지렛대로 일부 반사이익을 얻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전쟁 피해가 그 이익을 웃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전쟁은 핵시설이나 군사 거점만 겨누는 단계를 넘어, 이란이 전후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경제 토대를 얼마나 깊게 훼손하느냐를 둘러싼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고 신문은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