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을 중심으로 ‘메마른 봄’이 이어지면서 산불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농어촌공사가 저수지를 소방용수 취수원으로 개방하는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한다.
2026년 2월 13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산불 발생 시 소방 헬기가 신속히 물을 담아 투입될 수 있도록 저수지 접근성과 취수 가능 여부를 현장에 즉시 제공하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산불 진압에서 승패를 가르는 변수는 ‘거리’다. 화점과 취수원이 멀수록 헬기 왕복 시간이 늘고,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초기 진압 기회를 놓치기 쉽다.
공사는 2020년 산림청과 산림재해 공동 대응 협약을 맺은 뒤 지리정보시스템(GIS)을 기반으로 전국 3428개 저수지 정보를 실시간 공유해 왔다. 산불이 발생하면 헬기 조종사는 가장 가까운 취수 가능 지점을 곧바로 확인하고 이동할 수 있어, 불필요한 탐색 시간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현장 효용도 확인됐다는 게 공사 설명이다. 공사는 지난해 3월 경북·경남 대형 산불 당시 관내 25개 저수지를 취수원으로 개방해 소방용수 146만6000톤을 공급했다. 대형 산불 국면에서 물 공급의 연속성이 확보되면 진화선 구축과 재확산 차단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저수지 개방이 진압 속도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저수지 활용이 ‘만능 해법’은 아니다. 가뭄이 겹치면 수위가 낮아 취수가 제한될 수 있고, 저수지 인근 도로 여건과 안전 통제도 병목이 된다. 실시간 정보 공유가 실제 골든타임 단축으로 이어지려면 △취수 가능 수위·시설 상태의 상시 점검 △드론·위성 기반 화점 탐지와 동선 최적화 △지자체·소방·산림 당국의 합동 훈련 확대가 함께 가야 한다. 저수지 본연의 농업용수 기능과 재난 대응 기능의 균형을 어떻게 관리할지도 과제로 남는다.
공사는 예방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영농철을 앞두고 논·밭두렁 태우기 등 부주의로 인한 산불을 줄이기 위해 농업인 대상 계도와 캠페인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주영일 공사 수자원관리이사는 “저수지는 농업용수 공급 시설인 동시에 재난 시 국민 안전을 지키는 방재 인프라”라며 비상 대응 체계 유지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