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분수대' 둘러싼 무대 설치되나…"사적지 파손" 우려
· 5·18행사위, 주무대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 선정
· 분수대 둘러싸는 원형무대…높이 1.5m, 폭은 5m
· 파손 우려…행사위 "문제 된다면 구조 변경할 것"
제46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다음달 16~17일 금남로 일대에서 열리는 민간행사 부대 프로그램인 '민주의 밤'과 '전야제' 무대를 5·18 사적지인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 주변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이같은 계획에 유관기관 등은 사적지 훼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진 = 독자 제공)일각에서는 행사 주체가 기획 의도 실현을 위해 무리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며 사적지 보호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제46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행사위)에 따르면 행사위는 지난 15일 행사위원장단 회의를 열어 올해 개최하는 5·18 민간행사 '오월 광주, 민주주의 대축제'의 세부안을 협의했다.
이 과정에서 내달 16~17일 금남로 일대에서 열리는 민간행사 부대 프로그램인 '민주의 밤'과 '전야제' 무대를 5·18 사적지인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 주변에 설치하기로 확정했다.
행사위는 분수대 내부 일부와 주변 화단을 덮는 형태로 높이 1.5m, 폭 5m의 원형 특설무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무대 주변에는 객석을 5개 구간으로 나눠 좌석 500석과 입석 1500석을 마련한다.
시선 분산을 위해 원형 무대를 중심으로 세 갈래 방향에 스크린을 설치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 같은 무대 설치 계획이 사적지 훼손 우려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는 지름 19.3m, 높이 2.32m, 면적 615㎡ 규모로 1971년 조성됐다.
특히 1980년 5월 항쟁 기간 계엄군의 폭력에 항거한 시민과 학생들이 모여 '민족민주화대성회'를 열었던 역사적 장소다. 5·18 사적지 가운데 46년 동안 거의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분수대는 노후화에 따라 2015년 한 차례 정비를 거쳤으며 2023년 '5·18민주광장 음악분수 설치 사업'에 따라 미디어아트 영상 등 주변 장비를 활용한 연출이 추가되기도 했다.
제46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내달 16~17일 금남로 일대에서 열리는 민간행사 부대 프로그램인 '민주의 밤'과 '전야제' 무대를 5·18 사적지인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 주변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이 같은 계획에 유관기관 등은 사적지 훼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광주시가 진행한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 관련 협업 회의에서 분수대 관리 주체인 광주 동구 관계자가 분수대 외장재인 대리석 파손을 우려하며 남긴 메모. (사진=광주 동구 제공) 행사위의 특설무대 설치를 두고 분수대 관리 주체인 광주 동구도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7일 광주시가 진행한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 관련 협업 회의'에서도 분수대 특설무대 설치 문제가 논의됐다.
회의에 참석한 동구 관계자는 행사위의 무대가 분수대 내부를 일부 침범할 것으로 보인다며 외장재인 대리석 파손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당시 뚜렷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지난 17일 열린 광주시 제4회 5·18정신계승위원회 회의에서도 다시 제기됐다.
회의에서는 2015년 동구의 사적지 정비 공사 당시 사진 등을 근거로 화단까지 사적지 범주에 포함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따라 무대가 설치되는 화단 역시 사적지로 보고 설치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회의 참석자들은 해당 화단이 분수대 사적지 범위에 포함된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행사 취지를 고려해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과 사적지 보존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며 이견을 보였다.
분수대가 행사 무대로 활용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당시에도 개막식 무대로 사용된 바 있다. 다만 이번처럼 화단 전체를 덮는 방식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합수식'을 연출하기 위해 소수 인원만 무대에 올라 상대적으로 훼손과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았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잔혹함과 시민들의 분노, 항쟁이 끝난 뒤 광주 모습이 담긴 영상이 38년만인 9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3에서 처음 공개됐다. 옛 전남도청 분수대 상공에서 바라본 모습. 정신계승위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사적지 범주를 고려하지 않은 채 행사 기획 의도만 앞세워 무리하게 무대 설치를 추진할 경우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5·18을 기리는 행사를 위해 5·18 사적지 조금은 내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사적지를 바라보는 인식부터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사위는 의견들을 종합해 무대를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행사위 관계자는 "최근 무대 기획·설치 업체가 선정돼 조만간 구체적인 설계안이 나올 예정"이라며 "구조 안전 진단이나 다른 관련한 부분에서 문제가 드러난다면 변경하는 것이 맞지만 현재로서는 이 같은 구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두가 걱정하는 사적지의 훼손 문제에 대해선 인지하고 있다. 올해의 기획 의도와 콘셉트 등에 걸맞는 그림을 그려나가는 단계"라며 "2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