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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에 또다시 좌초…광주지역 "개헌 진정성 있나"

· 국민 공감대, 쟁점 최소안, 187명 발의…최적 여건에도 왜?

· 거대여당 전략·협상 실패…국힘 "중임제 추진" 억지 주장도

· 6·3선거 뒤 재추진?…"5·18 계승 의지 있나" 진정성도 의심

광주광역시 김성빈 · 2026.05.11 03:20

5.18 민주화운동 단체 회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5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이 불성립되자 본회의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이날 헌법 개정안에는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행 헌법 전문에는 4.19혁명 정신만 명시돼 있는데 개헌안은 여기에 ‘부마민주항쟁 및 5.18민주화운동의 민주이념’을 추가했다.
 12·3 불법 계엄에 따른 헌정사 위기를 계기로 개헌 필요성이 커졌고, '5·18 헌법 수록' 등 이견이 없었던 내용 위주인 개헌안이 무산된 데에는 여야 정치권 책임론이 불가피하다.

결국은 정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5·18 항쟁 정신 계승은 또 다시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5·18 유공자 단체 등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이번 개헌안은 과거 개헌 논의에 비해 정치적 쟁점이 적다는 평가를 받았다.

12·3 불법 계엄을 계기로 민주적 정치 체제·이념 공고화와 대통령 계엄권 통제 강화 등 명분도 충분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었다. 광주·전남 지역시민사회도 다른 민주화운동 단체와 연대하며 연일 국회를 오가며 헌법 수록 추진 노력에 앞장섰다.

더욱이 5·18 헌법 전문 수록 등 내용이 담긴 이번 개헌안 발의에는 원내 6당 의원 전원인 187명이 공동 참여했다.

현재 국회 재적의원 295명 중 3분의 2 이상인 197명 개헌안 의결 정족수에 육박한 만큼, 기대감도 높았다.

최적 여건 속에서도 개헌이 무산된 데에는 정치권 책임론이 거세다.

5·18정신헌법전문수록국민추진위원회는 개헌 표결 불성립 직후 입장문에서 "전적인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며 "국민의힘은 12·3 계엄 이후 무너진 헌정질서 회복 의지를 보여줄 기회를 걷어찼다"고 비판했다.

집권여당이자 개헌안 상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다수 의석을 가진 정치세력으로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다 적극적인 정치력과 협상으로 국면을 돌파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개헌안을 추진한 원내 6개 정당과 국민의힘은 '원포인트 개헌'이라는 근본 추진 방향부터 입장이 달랐지만,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과 야권 5당은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계엄 통제 강화 등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최소한의 내용 만이라도 부터 반영하자는 입장이었다.

원내정당 중 유일하게 개헌 반대 당론을 채택한 국민의힘은 "권력구조 개편 없는 일부 개헌은 졸속"이라며 개헌 논의 초기부터 절차·방식을 반대했다.

한편으로는 국민의힘 일각에서 이번 개헌안에 포함되지 않은 대통령 4년 중임제 문제를 거론하며 "이재명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고 선언해야 한다"는 억지 공세까지 나왔다.

국민의힘은 결국 민주당 주도 개헌 논의에 선을 그었고, 집권여당이자 국정 책임 주체인 민주당 역시 국민의힘과의 타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국민의힘 의원이 107명으로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설득과 대화에 집중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수적 우위를 앞세운 포위 전략에만 집중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김종기(앞줄 오른쪽부터)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상임이사, 오월어머니집 추혜성 씨, 강응원 5.18 민주화운동부상자회 이사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부마항쟁 및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개헌촉구 결의대회'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개헌 의결의 '전초전' 격이었던 국민투표법 개정 과정에서도 여야는 정면 충돌했고 협치는 실종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도의 법안 처리에 반발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섰고, 민주당은 "합의 가능한 최소 개헌마저 정략적으로 가로막고 있다"고 여론에 호소하며 국민의힘 비판에만 열을 올렸다.

개헌안 표결 무산 이후에도 추후 개헌 로드맵 협상 등 생산적 논의는 제쳐두고, 책임 공방만 주고받았다. 6월 지방·국회 보궐선거 국면과 맞물리며 '반헌정 세력 심판론', '개헌 폭주 저지론' 등 정쟁의 소재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개헌 논의 자체가 늦어지며 여야 정당 간 대결 구도가 강화되는 6·3지방선거 직전 개헌안 표결을 시도한 점 역시 무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개헌을 주도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해 45주기 5·18을 전후로 연일 개헌 필요성을 역설하며 논의에 불을 지폈다. 정치권도 지난해 연말부터 5·18 헌법 전문 수록과 계엄 통제 강화 필요성에 대해 활발히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회에서의 개헌특위 구성과 실질적인 협상은 표류했고, 각 정당 경선 국면과 맞물리며 더욱 지체됐다.

해마다 5월이면 5·18 항쟁 정신 계승을 경쟁적으로 외치던 정치권이 결국에는 선거를 앞두고 정략과 셈법에만 매몰돼 또 다시 숙원을 저버렸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양재혁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그동안 정치권은 5·18을 이용하기만 하고 역사 앞에 책임 있는 태도를 지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한 영령들에 대한 약속을 저버렸다. 이제는 개헌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5·18 정신 계승 약속은 진정성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의힘을 향해 "당초 지방선거 이후 다시 개헌을 논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본회의 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헌법에 5·18 정신 뿐만 아니라 6·25 전쟁, 새마을운동 근대화 정신 등까지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강력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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