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사법부, 독립뿐 아니라 국민 신뢰 회복 중요"
· 사법개혁안에 대한 우려·반대 거듭 표명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6일 광주 동구 광주고법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6년 광주고법·지법 새해맞이 명사 초청 북토크'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광주를 찾아 법관·법원 공무원들에게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 사법부가 독립돼 있다고 해도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느냐"며 신뢰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전 대행은 26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법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6년 광주고법·지법 새해맞이 명사 초청 북토크'에 참석해 "사법 독립은 사법부가 존재하기 위한 근본 조건이다. 거꾸로 독립돼 있지 않다는 것은 사법부가 아니다. 거꾸로 독립만으로 법원이 존립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사법부는 독립과 국민 신뢰 두 수레바퀴어야 굴러갈 수 있다며 사법개혁 공청회에서 국회와 법원을 향해 쓴소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당 주도의 사법개혁에 대해서는 "정치인은 정치인의 역할을, 법률가는 법률가의 역할을 해야 한다. 법률가는 세상을 아름답게 할 수는 없지만 세상을 더 나쁘지 않게 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사회가 추락하는 걸 방지하는 데 관심이 많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그대로 실현하면 된다"며 거듭 반대 소신을 분명히 했다.
특히 "'휴먼 에러'(개인의 실수)를 바로잡으면 될 일을 왜 휴먼 에러와 무관한 '시스템'까지 건드리느냐"며 "구속 기간을 날이 아니라 시간으로 계산한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관행을 바꿔야 한다면 이름 없는 민초 사건에서 바꿔야지 왜 대통령 사건에서 바꾸느냐"며 신뢰 받지 못하는 법원 세태에 대해 쓴소리도 했다.
또 "실현 불가능한 개혁안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내 욕을 많이 먹긴 했지만 이것은 법률가가 해야 할 일"이라면서 2024년 10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소추 당시 재판관 7명 이상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도록 정한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문 전 대행은 "진보 쪽에서는 이 전 위원장 측 편을 들었다며 욕을 했지만 당시 인용하지 않았다면 윤 전 대통령 탄핵 심리를 어떻게 할 수 있었겠느냐"며 "당시 효력 정지를 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무법천지가 될 때 폭력이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며 헌법과 법률에 따른 일관된 판단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전 대행은 "법관에 대한 대인 검증이나 자택 앞 시위는 하면 안 되지만, 어떤 판결이든 학술적 비판은 가능하다. 법리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어야 하고 법관이라면 또 받아들여야 한다"며 "사법부의 독립은 저 같은 야인이 밖에서 외치겠다. 신뢰받는 법원을 만드는 일은 현직 법관과 법조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과 가치관에 대해 끊임없이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 어떤 가치를 갖고 있든, 목적이 분명치 않은 사람이 아니라 초심을 계속 물어야 한다. 질문하는 사람은 부패하지 않는다"며 충고도 남겼다.
문 전 대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맡았고 지난해 4월18일 퇴임한 뒤 강의와 집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