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자체의 선택은 어디를 향하나… 생활 기반과 지역 공동체의 가치 재조명
· 단기 성과 중심 정책에서 생활 인프라 중심 행정 전환 필요성 제기
· 초대형 약국 확산·보건체계 변화에 대한 지역사회 우려 언급
· 주민 삶의 질과 공동체 지속 가능성을 행정 판단 기준으로 제안
세계청년리더총연맹(WFPL) 소속 이치수 전국언론단체총연합회(NFPO·이하 언론단체총연합) 회장(현 세계언론협회 회장 겸 대한인터넷신문협회 명예회장)이번 칼럼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방향과 행정 우선순위가 주민 삶과 지역 공동체 유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 회장은 최근 일부 지자체 정책과 선거 공약이 체감 효과와 가시적 성과 중심으로 운영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며, 주민 생활의 기반을 유지하는 정책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회장은 “정책의 수가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 설정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특히 민생을 단순한 소비 확대나 일시적 지원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생활 기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칼럼에서는 지역 주민의 건강과 밀접한 생활 인프라 사례로 동네약국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동네약국이 단순한 판매 기능을 넘어 주민들이 일상에서 접근하는 1차 생활 보건의료 기능을 수행해 왔다고 평가하며, 지역 공공보건 체계와 연결된 생활 기반 시설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제기되고 있는 초대형 창고형 약국 확산 문제와 일부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 마약류 취급 등을 둘러싼 약사법 위반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다만 이러한 사안과 관련한 위법 여부 및 사실관계는 관계기관의 판단과 관리 체계를 통해 확인될 사안이라는 점을 전제로, 제도 운영과 감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규제 개선과 법 집행의 공백은 동일한 개념으로 볼 수 없다”면서 “생활권 중심 보건체계가 약화될 경우 그 영향은 결국 지역 주민의 건강권과 공동체 유지에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칼럼은 지자체가 주민 체감형 정책과 함께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지탱하는 생활 기반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고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제기하며, 지방행정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고 있다.
[칼럼3 전문]
지금 전국은 지방선거 국면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공약을 발표하고 있고, 거리와 시장, 행사장 곳곳에서는 지역 발전과 민생 회복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선거에서 비슷한 흐름을 반복해서 보아 왔다. 공약은 달라지고 표현 방식도 조금씩 바뀐다. 하지만 실제 정책이 향하는 방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겉으로는 새로운 변화처럼 보이지만 실제 우선순위는 놀라울 만큼 유사한 흐름을 반복한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질문 하나가 있다.
지자체는 지금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선거 전략을 묻는 것이 아니다. 지자체가 주민의 삶을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이다.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무엇을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1. 행정은 결국 선택의 결과다
행정은 결국 선택의 결과다.
예산도 선택이고, 정책도 선택이며, 우선순위 역시 선택이다. 어떤 사업에 재정을 집중할 것인지, 어떤 문제를 시급한 문제로 판단할 것인지, 무엇을 성과로 인정할 것인지에 따라 행정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가 반복해서 경험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 역시 오랜 시간 누적된 선택의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
현재 많은 지자체 정책은 여전히 개발과 성장, 지역 이미지와 가시적 성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관광 자원 확대, 대형 시설 조성, 축제와 행사, 도시 브랜드 사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 자체를 모두 부정할 수는 없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 경쟁력 확보는 분명 필요한 과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무엇이 뒤로 밀리고 있는가에 있다.
눈에 보이는 사업은 설명이 쉽다. 성과를 수치로 제시하기에도 유리하다. 사업 규모와 예산 집행, 방문객 수와 이용률은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난다. 정치적으로도 전달하기 쉽고 단기간 체감 효과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주민의 삶을 실제로 유지하는 영역은 다르다.
고립된 가정, 돌봄이 끊긴 노인, 사회와 단절된 청년, 장기 실직 상태에 놓인 가장, 위기 상황에 놓인 아동 문제는 단기간 성과로 설명하기 어렵다. 예방과 보호는 숫자로 드러나기 어렵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는 성과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는 가장 취약한 지점에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위험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먼저 누적된다.
울산 사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미 여러 위험 신호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신호들은 실제 대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던 것은 아닌가를 돌아보게 만든다.
지금 우리 행정 구조는 여전히 ‘보여줄 수 있는 성과’에 강하게 반응한다. 설명 가능한 정책은 빠르게 추진되고, 설명하기 어려운 위험은 뒤로 밀린다.
이러한 흐름은 지방선거 공약에서도 반복적으로 드러난다.
현재 많은 공약은 단기 체감 중심 구조에 집중되어 있다. 지원금 확대, 소비 활성화 정책, 이벤트성 사업, 지역 이미지 개선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주민 입장에서는 당장 체감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지역 사회를 실제로 유지하는 것은 단기 소비가 아니다. 지속 가능한 생활 기반이다.
2. 민생은 소비가 아니라 생활 기반
최근 충남 지역 소상공인단체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여주기식 공약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단순한 업계 요구로만 볼 수 없다.
그 안에는 지금 지역 현장에서 누적되고 있는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장의 요구가 단순 지원 확대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지역 기반 유지’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경제 논리가 아니다. 지역 공동체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에 가깝다.
민생은 단순 소비로 유지되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생활 기반 위에서 유지된다. 그 중심에는 지역 주민들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연결되어 있는 생활 인프라가 존재한다.
3. 지역 주민의 건강을 지켜온 제1차 보건의료기관, 동네약국
전국 각 지자체에서 지역민들의 건강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온 동네약국은 단순한 판매 공간으로만 볼 수 없는 존재다.
동네약국은 지역 주민들이 가장 먼저 찾는 제1차 보건의료기관이자, 지역 공공보건 체계를 생활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떠받쳐 온 핵심 생활 기반이다.
특히 고령층과 취약계층에게 동네약국은 단순히 의약품을 구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건강 상담과 복약지도, 생활 건강 관리가 이루어지는 가장 가까운 건강 안전망 역할을 해 왔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도 동네약국이고, 병원을 가기 전 건강 상태를 상담하는 곳도 동네약국이며, 복용 중인 약의 위험성과 부작용 여부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확인해 주는 곳 역시 동네약국이다.
전통시장과 작은 음식점, 지역 상점들 역시 주민들의 삶과 공동체를 유지하는 중요한 생활 기반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동네약국은 주민의 생명과 건강을 직접적으로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공동체를 떠받치는 가장 핵심적인 생활 기반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지역 주민의 건강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공동체 전체의 안정성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동네약국의 역할은 단순한 의약품 판매 기능을 넘어 지역 공공보건 체계와 생활 돌봄 기능까지 함께 연결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결국 동네약국은 단순한 영업 공간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건강권과 생활권 안전망을 유지하는 지역 공공보건 체계의 가장 기초적인 현장이라고 볼 수 있다.
4. 초대형 창고형 약국 확산으로 인한 동네약국 붕괴 및 지역주민 건강권 위협
그러나 지금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 온 전국 지자체의 동네약국들이 심각한 붕괴 위기에 놓여 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초대형 자본 중심의 초대형 창고형 약국 구조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존 지역 기반 약국 체계가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과정에서 현행 약사법상 불법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와 마약류 취급 문제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직역 갈등이 아니다. 국민 건강과 안전, 그리고 법치주의와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훨씬 더 무겁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국가는 법을 만들고, 그 법을 동일한 기준으로 집행할 책임이 있다.
만약 법이 존재함에도 실제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결국 국가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방치가 국민들에게 잘못된 신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불법과 편법이 반복적으로 용인되는 모습이 지속될 경우 사회 전반에는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보건의료 영역에서 이러한 혼선이 발생할 경우 그 영향은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규제 개선과 제도 정비는 필요하다. 그러나 규제 완화와 불법 방치는 결코 같은 의미가 아니다.
국민 건강과 안전, 그리고 공공보건 질서를 위협하는 문제까지 사실상 방치하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국가 책임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사이 초대형 창고형 약국은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의약품 역시 점차 공산품처럼 대량 소비 구조로 전환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약물 오남용 위험 증가와 지역 공공보건 체계 약화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전국 243개 지자체 지역민들의 건강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온 동네약국 중심의 생활권 보건 안전망이다.
이러한 생활 기반이 약화되기 시작하면 문제는 단순한 상권 변화로 끝나지 않는다.
지역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이 약화되고, 생활권 안에서 유지되던 건강 안전망 역시 흔들리게 된다. 고령층과 취약계층일수록 생활권 안에서 접근 가능한 지역 기반 서비스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생활권 보건체계가 약화된다는 것은 단순한 산업 구조 변화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 전체의 안전망이 약화된다는 의미와 연결된다.
생활 인프라가 무너지고 공동체 연결은 약화되며 돌봄과 안전망 기능 역시 동시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결국 가장 큰 피해는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5. 지역 공동체를 유지하는 정책은 무엇인가
그러나 현재 정책은 여전히 단기 소비와 가시적 성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일회성 지원은 순간적인 체감 효과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지역의 지속 가능성과 공동체 유지 기반 자체를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오히려 반복될수록 지역 스스로 버텨낼 힘과 자생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를 지원했는가가 아니다. 그 정책이 지역 공동체를 실제로 유지하고 있는가의 문제다.
이 점에서 지금의 지자체 정책은 다시 질문받아야 한다.
지자체는 주민의 삶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가, 아니면 보여줄 수 있는 성과를 만드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가.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문제들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정책 판단과 대응은 여전히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 건강과 지역 공공보건 체계처럼 공공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영역에서 이러한 문제가 반복될 경우 그 영향은 단순한 시장 문제를 넘어선다.
지역 주민들은 결국 어떤 정책이 지역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었는지, 또 어떤 선택이 생활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었는지를 점점 체감하게 된다.
행정과 정치의 우선순위에 대한 평가는 결국 지역사회 안에 남게 된다.
민생과 복지, 보건과 지역경제는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다. 모두 주민의 삶을 유지하는 하나의 기반 안에서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 정책은 이 연결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원 정책은 늘어나고 있지만 보호 체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경제 정책은 확대되고 있지만 생존 기반 유지 정책은 후순위로 밀린다.
문제는 이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구조적 위험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위기 상황은 대부분 조용히 진행된다.
실직과 채무, 돌봄 단절과 관계 단절, 생활 기반 붕괴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누적되다가 어느 순간 한계를 넘어선다.
하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이러한 위험을 장기적으로 추적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 결과 사회는 반복해서 같은 장면을 보게 된다.
문제는 계속 드러나지만 대응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6. 주민의 삶을 지키는 기준은 무엇인가
지자체의 역할은 단순한 사업 운영 기관이 아니다.
주민의 삶이 무너지는 순간 가장 먼저 움직여야 하는 공공 체계다.
위험 신호를 발견하고, 초기 위험을 줄이며, 고립된 주민을 다시 연결하고, 생활 기반이 붕괴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역할이 지자체의 가장 본질적인 역할과 가깝다.
그러나 지금의 정책 구조는 여전히 성장과 성과 중심에 무게가 실려 있다.
이 기준이 유지되는 한 행정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공무원은 설명 가능한 사업에 집중하게 되고, 예산과 인력도 가시적 성과 중심으로 이동하게 된다.
결국 행정 전체의 우선순위가 바뀌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책 추가가 아니다.
무엇을 가장 우선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의 전환이다.
지자체 선거는 단순한 개발 경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주민의 삶을 어떤 기준으로 지킬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제는 공약의 숫자보다 정책의 방향을 봐야 한다.
이 정책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위험이 시작되는 순간 즉시 개입할 수 있는가.
지역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정책은 결국 선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울산 사건은 하나의 기준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문제가 폭발한 이후가 아니라, 문제가 시작되는 순간 대응해야 한다는 기준이다.
이 기준이 정책과 공약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정책이 바뀌어도 결과는 달라지기 어렵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정리된다.
지자체는 지금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가.
보여줄 수 있는 성과인가,
아니면 반드시 지켜야 할 주민의 삶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