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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취재 기자 머리 8바늘…곡성에서 무너진 ‘언론 자유’

· 공공 사안 취재 중 기자 폭행…지역 민주주의 경고등

· “군과 무관” 선 긋기 행정, 침묵하는 지역 언론

· 취재 막는 폭력 방치하면 시민의 알 권리도 사라진다

기자수첩 손봉선대기자 · 2026.03.26 10:55


호남투데이 발행인 손봉선

전남 곡성에서 취재 중이던 기자가 폭행을 당해 머리를 8바늘이나 꿰매는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단순한 사건사고로 넘기기에는 씁쓸한 장면이 너무 많다. 이 사건은 지역사회가 언론과 민주주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기 때문이다.

사건은 곡성 기차마을 폐기차 처분과 관련한 취재 과정에서 벌어졌다. 기자는 해당 사안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폐기차 해체 작업 현장을 찾았고, 이 과정에서 현장 관계자와 충돌이 발생한 뒤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50대 남성을 특수상해 혐의로 입건하고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취재 대상은 공공 자산과 관련된 사안이었다. 공공 자산의 처리와 행정 절차는 시민의 알 권리와 직결되는 문제다. 이런 사안을 취재하던 기자가 현장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개인 간 충돌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공적 감시 기능이 현장에서 물리력으로 막혔다는 점에서 지역 민주주의의 민감한 지점을 건드린 사건이기 때문이다.

곡성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군과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법적 책임 여부와 별개로, 공공 사안 취재 과정에서 기자가 중상을 입은 사건에 대해 최소한의 유감 표명이나 재발 방지 의지를 보이지 않는 행정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 자산이 연관된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행정 역시 사태를 엄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취재 중 기자가 폭행을 당한 사건은 언론 자유와 직결되는 문제다. 그럼에도 상당수 지역 매체는 사건을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거나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역사회 권력 구조와 이해관계 속에서 언론이 위축되는 모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언론의 존재 이유는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다.

언론이 위축된 사회에서는 권력이 커진다. 그리고 그 피해는 결국 시민에게 돌아간다.

취재 현장에서 기자가 맞는 사회라면, 시민이 질문하는 사회도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폭력 앞에서 취재가 멈추고, 행정이 책임을 회피하며, 언론이 침묵을 선택한다면 그 다음은 너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질문은 사라지고 권력만 남는다.

이번 사건은 단지 한 기자 개인의 피해 사건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공적 사안을 취재하는 언론이 폭력에 노출됐다는 사실 자체가 지역 민주주의의 경고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 규명, 행정의 책임 있는 설명, 그리고 언론 자유를 지키려는 지역사회의 최소한의 의지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폭력은 일상이 되고 진실은 더 멀어진다. 곡성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이 남긴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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