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도 추가경정예산안 주요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최대 규모인 26조원대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편성되면서 확장 재정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유가 대응과 민생 지원을 명분으로 대규모 재정이 풀리는 가운데 환율까지 급등하며 물가와 외환시장이 동시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1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정부는 총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국채 상환 1조원을 제외한 순수 지출 증액 규모는 약 25조2000억원 수준이다.
중앙정부가 직접 집행하는 세출 증가분은 약 15조원대로 추산된다.
이번 추경은 코로나19 대응 시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최대 수준의 확장 재정으로 평가된다.
과거 추경 규모가 대부분 5~10조원대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확대된 수준이다.
총액 기준으로는 역대 여섯 번째 규모지만 세입경정을 제외한 순수 세출 기준으로는 코로나19 대응 시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최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이번 추경 26조2000억원 가운데 고유가 부담 완화에 가장 많은 10조1000억원을 배정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과거 추경이 세입경정을 포함해 외형이 커졌던 사례가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시장에 풀리는 재정 규모는 이번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고유가 부담 완화 ▲민생 안정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대응 등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고유가 대응 패키지에만 10조원 이상이 투입되며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한 현금성 지원과 유류비 지원 등이 포함됐다.
다만 대규모 재정 투입이 경기 방어 효과와 함께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특히 유류비 지원과 현금성 지원이 병행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체감 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총수요 확대를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역시 물가 영향에 대해 명확한 수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브리핑 과정에서 "물가 자극 우려는 없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영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는 이번 추경이 적자 국채 발행 없이 가용 재원을 활용해 편성된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채무 증가를 억제하면서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초과세수의 불확실성과 함께 재정 여력 소진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재정 투입과 함께 대외 불안 요인이 겹치면서 환율 변동성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30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달 31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30원을 넘어서며 4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인덱스가 소폭 하락했음에도 원화 약세가 두드러진 점이 특징이다.
시장에서는 중동발 리스크에 더해 국내 재정 확대 역시 원화 약세 요인으로 일부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환율 상승을 추경과 직접 연결짓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함께 제기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적자재정을 편성한 상황에서 추가 지출은 물가에 대한 우려를 높일 수 있다"며 "고환율과 금융시장 불안 등이 맞물릴 경우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물가와 환율이 동시에 불안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럴 때는 오히려 긴축적 대응이 필요할 수도 있는 만큼 물가를 자극하는 재정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를 자극할 수 있지만 국채 발행 대신 초과세수를 활용한 방식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대적으로 낮추면서 경기 대응이 가능한 바람직한 차선의 정책"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