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7844.01 포인트로 종가 기준 최고치를 경신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전 거래일보다 5000원, 14만1000원 오른 28만4000원, 197만6000원을 나타내고 있다.국내 증시가 유례없는 상승장을 이어가면서 투자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역술인이나 타로 카페를 찾는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기업의 실적이나 거시 경제 지표를 분석하는 대신, 사주와 점괘에 의지해 매수와 매도 시점을 결정하려는 이른바 '샤머니즘 투자'가 시장 저변에 확산하는 모습이다.
13일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본인의 투자 운세를 점친 후기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투자자는 사주 상담 내용을 공유하며 "'올해 하반기까지 흐름이 나쁘지 않다'는 말을 듣고 보유 중인 주식을 당분간 팔지 않기로 했다"며 "당연히 사주만 믿고 투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 들고 가고 싶던 마음에 일종의 확신을 얻은 느낌이었다"고 적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른바 '기운'이 좋다고 알려진 장소를 찾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재물운이 따르는 명소로 입소문이 난 관악산과 인왕산 등지에는 주말마다 젊은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한 달에 두 번씩 관악산에 가는데 정상에서 '야호' 대신 '삼전 가즈아'를 외친다"며 "지난해 코인으로 손실을 봤는데 올해는 좋은 기운을 받아 삼성전자 주식으로 계좌가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인간의 기복 심리가 자극받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술적 분석이 과거 데이터의 투영이라면, 점술은 심리적 불안을 해소해 주는 도구로 소비되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점술 업계에서는 주식 타로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상담사들이 등장했으며, 특정 산업군과 개인 사주의 합을 분석해 주는 서비스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실질적인 시장 규모도 팽창하고 있다.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 사업체는 1만950개로 3년 전보다 20% 이상 늘었다. 업계에서는 국내 점술 시장이 1조4000억 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극심해질 때마다 '운세 테마'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다만 전문가들은 운세에 기반한 투자 결정이 자칫 위험한 투기적 성향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는 수요는 이해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조언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확증편향에 빠져 냉철한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며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해 스스로 철저한 리스크 관리 기준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