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판결 이후 사법부를 향한 압박의 수위가 거세지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법관은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법원 판결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하지만, 법률 해석에는 사법의 본질이라는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법관은 "사건은 더욱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으며, 사회적 갈등은 법정 안으로까지 깊게 들어와 있다"며 "특히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한 사안을 사법부로 가져오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게 저만의 생각일까"라고 짚었다.
이어 "'정치의 사법화는 지금처럼 양극화된 사회에서 결국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라며 "사법의 결론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어느 한쪽의 비난과 공격을 피해 나가기 어렵다. 그 가운데 법관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관에게 용기라는 덕목이 점점 더 크게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사명감과 자긍심을 바탕으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법 본연의 역할과 책무에 집중하고 신뢰를 모은다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사법부로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당부했다.
노 대법관은 "사법부의 디딤돌은 사법권 독립과 국민의 신뢰"라면서도 "사법권의 독립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법관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나 혜택은 더욱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직 재판이 공정하게 이뤄지는 것을 보장함으로써 법치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해 궁극에는 국민의 법적 평화와 행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때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설마 하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상황을 마주하며 마음이 무겁다"면서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존경받을 때까지 노력해달라. 저도 법원 밖에서 한없는 응원을 보내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법관은 최근 사법부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재판 실무에 활용하려 하는 데 대한 당부도 남겼다.
노 대법관은 "인공지능 발전과 급격한 사회 변화에서도 다행히 법원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사법의 중심에는 인간의 존엄성에 기초한 법관의 통찰력이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놓치지 말라"고 했다.
경남 창녕 출신인 노 대법관은 한양대학교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16기)을 거쳐 1990년 3월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로 임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