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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알렉시예비치 "민주주의 후퇴 아냐…새 형태 찾고 있는 것"

문화 손해원 | 등록 2026.03.29 04:27
파주에서 울려 퍼진 평화대담…알렉시예비치·정지아 만나
"침묵하는 이의 목소리 경청·새로운 표현으로 기록해야"

문화

2015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작가가 28일 오후 경기 파주시 아시아출판정보문화센터 문발살롱에서 열린 DMZ세계문학페스타 2026 평화대담 '침묵의 땅에서 생명의 언어로'에 참석해 대담을 하고 있다.
"사람을 만날 때 유명 작가로 만나는 것이 친구로 만납니다. 전쟁을 겪은 이들은 말하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말을 찾을 수 있도록 (작가는) 도와주는 역할이죠."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민중의 생의 감각을 높이 평가합니다. 이분들이 침묵할 때는 침묵하면 다칠 것을 알기 때문에 침묵하는 것입니다. 대신 터놓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면 거침없이 이야기하죠." (정지아)28일 경기 파주시 아시아출판정보문화센터 문발살롱에서 열린 평화대담 '침묵의 땅에서 생명의 언어로'에서 침묵하는 이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어떠한 의미가 있고, 기록의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알렉시예비치는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대표작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등을 비롯해 작품에서 전쟁과 이데올로기의 비극을 복원해 고발했다.

이 작품은 세계 2차 대전에 참전했거나 이 전쟁을 겪은 여성 200명을 직접 인터뷰해 작가가 자신만의 언어로 기록했다.

소설 '빨치산의 딸'로 알려진 정지아 역시 한국전쟁의 상흔을 문학으로 끌어올린 작가다.

두 작가는 이날 대담에서 역사를 기록하는 작가로서의 책임과 윤리에 대해 공통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알렉시예비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반 세기 만에 혼란을 맞이한 국제사회에 대해 "다시 파시즘이 태동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세계 유일 분단 휴전지 DMZ를 찾은 소감에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인 전쟁이 생각나고, 전 세계에 혐오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비관에 머물기보다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요즘 민주주의가 후퇴한다는 말을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민주주의는 새로운 형태를 찾고, 새로운 삶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기 속에서도 돌파구가 있고, 점진할 수 있는 방안은 있다는 것이다.

알렉시예비치는 "요즘 시대처럼 책을 쓰는 것이 힘든 시기는 없었다"면서도 "인류는 탐색의 과정에 있다. 새로운 사상에 대한 표현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아는 '침묵'의 의미를 보다 사회적인 맥락에서 짚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오히려 배우고 영감을 얻었다"며 "집단의 침묵에는 어딘가 약한 구멍이 있어 세월이 지나면서 그 구멍이 점점 커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구멍을 크게 하는 데는 침묵하는 자들의 분노가 큰 몫을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도 침묵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정지아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군사독재, 또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한국전쟁을 비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모든 국가는 전쟁이 끝나면 문학 부흥기가 찾아온다. 유럽은 2차 대전 이후 주옥같은 작가들이 탄생했다"면서도 "우리는 유일하게 전쟁을 치르고도 제대로 된 전쟁 문학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침묵을 깨뜨리려고 노력한 작가들은 많았지만, 국가보안법 철폐하라는 한마디에 수년간 감옥에서 보내거나 목숨을 잃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알렉시예비치는 1976년 첫 저서 '조국을 버린 사람들의 독백'으로 작품활동을 이어왔는데 "평생 다큐멘터리 글만 써왔다"고 했다.

이에 "인간의 삶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며 "굳이 허구를 지어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인류가 겪은 일은 오늘날에도 충분한 의미를 전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의 저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속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참전한 여군들이 미래에는 전쟁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 것을 단언하며 포탄을 터뜨리는 일화가 등장한다.

알렉시예비치는 "이들은 군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비판을 받았고, 여군들은 다시 전쟁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기에 당혹스러워했다"면서도 "하지만 오늘날 유럽 한복판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너무나도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알렉시예비치는 문학의 새로운 장르 '목소리 소설'을 펴내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이날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도 언급한 벨라루스의 유명 작가 아다모비치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차기작도 벨라루스 혁명을 겪은 당사자의 목소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대한 목소리를 들었다.

공산주의 사상에 대한 이야기를 끝낸 줄 알았지만, 여전히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목도했다.

"책의 주인공은 벨라루스를 떠난 사람들입니다. 저처럼 베를린에서 살거나 러시아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를 떠나 사람들도 만나고 있습니다."한편, 12·3 비상계엄에 대해서도 제 뜻을 전했다.

그는 "당시 전 세계가 한국의 일에 주목했다"며 "오늘날의 삶과 정치는 어떤 정치인이 아닌 사회, 또 국민의 손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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