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벚꽃이 흐드러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 '벚꽃난다詩사랑약국'이 손님을 맞고 있다.
"약에는 두 종류가 있잖아요. 치료하는 약과 예방하는 약. 시는 현실을 당장 치료할 수는 없어도 꾸준하게 예방할 수 있는 게 아닐지 생각해요."3일 송파 호수벚꽃축제를 찾은 홍민기(35)씨는 석촌호수 인근에 마련된 '벚꽃난다詩사랑약국' 부스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평소 시를 즐겨 읽는다는 그는 축제 현장에서 만난 특별한 시 행사가 반갑다며, '시가 약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에게 시는 풍경을 액자처럼 기억하게 하는 '경험'이자 마음의 예방약이라고 했다.
송파문화재단과 출판사 '난다'가 협업한 '벚꽃난다詩사랑약국'은 벚꽃을 보러 온 시민들에게 시 한 구절을 처방해 주며 마음을 어루만지는 공간이다.
시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시를 읽어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고, 때로는 읽어내기 어렵다.
그런데도 시를 찾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이날 '일일 약사'로 나선 김상혁 시인은 "찾아오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약국에 구비된 시집 중 가장 위로가 될 만한 책을 추천해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시는 ‘연대’였다.
"시가 밥은 안 돼도 약은 될 수 있어요. 좋은 말을 해줘서라기보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시인이 어딘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함께하는 마음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최근 '텍스트힙' 열풍을 반영하듯, 이 곳에는 젊은 세대의 발길도 이어졌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는 차모(23)씨는 2주에 한권 꼴로 시집을 찾는 애독자다. 그에게 시는 "가장 하고 싶은 말이나, 듣고 싶은 말을 담은 예술"이라고 했다. 차 씨는 "모든 사람에게 통용될 수는 없어도,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시 한편을 만나면 분명 마음의 아픔에 약이 된다"고 말했다. 시는 누군가에겐 아련한 '추억'이기도 했다.정은희(63)씨는 20대 시절 직접 시를 쓰고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던 때를 회상하며 한참 동안 약국에 머물렀다. 정 씨는 "사는게 바빠 시와 멀어졌지만, 시를 읽고 쓸 무렵엔 분명 시가 약이었다"며 "지금은 선뜻 다가가기 힘들지만 여전히 동경의 대상"이라며 웃어 보였다.반면 뒤늦게 시의 맛을 알게된 이도 있었다. 스스로를 '시를 금으로 치는 시금치당' 회원이라 소개한 서혜지(47)씨는 박연준 시인의 '묘책'을 이 곳에서 구매했다.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은 시 '밤 열한시 오십육분'의 한 구절에 꽉 막혔던 마음이 풀리는 경험을 했다는 그는 시를 '상비약'이라 불렀다. "시집을 '반려책'으로 들고 다녀요.
상비약처럼 문득 생각날 때 한 번씩 펼치면 삶이 아름다워지는 기분입니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김민정 시인(출판사 난다 대표)은 시를 읽는 행위를 '마음의 근육을 운동하는 일'에 비유했다. 시 읽기를 어려워하는 이들을 향해서는 '수영'을 떠올려 보라고 조언했다."시는 일단 뛰어드는 게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