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의 수출 물량 전량을 국내로 돌려 석유화학(석화) 설비가 멈추는 '셧다운' 사태를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정유·석화업계의 나프타 생산과 재고 등을 매일 점검하고,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수급 조정 명령도 내릴 방침이다.
산업통상부는 27일 0시부로 이런 내용의 '나프타 수출제한 및 수급안정을 위한 규정' 고시를 관보에 게재했다.
앞서 지난 23일 나프타를 공급망법상 위기품목으로 지정한 데 이어, 수급 관리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는 원칙적으로 모든 나프타에 대한 수출을 제한한다.
수출 물량을 내수로 전환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예외적으로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얻은 경우에는 수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산업부는 전면 통제 원칙 하에 예외인 경우는 극히 드물 것으로 내다본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이 납사 수출 관련한 계획을 제출하면 정부는 해당 납사를 국내 석유화학 설비에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는 나프타만 수출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정유사와 석화사는 나프타의 생산·도입·사용·판매·재고 등에 대한 사항을 매일 산업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정부가 직접 생산량이나 출하량을 파악하고 관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산업부 장관은 정유사에게 특정 석화사에 나프타를 공급하도록 생산 명령을 할 수도 있다.
나프타 매점매석도 금지된다.
나프타 사업자의 주간 반출비율(반출량/생산량)이 합리적 사유 없이 전년도 대비 20% 이상 줄어드는 경우 산업부 장관이 판매, 재고 조정 등을 명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시가 나가면 기업들로부터 정보를 보고 받는다"며 "위험한 상황이 온다면 검토를 통해 정부가 수급 조정 명령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나프타의 대체 수입도 지원한다.
나프타 취급기업 지원을 위한 공급망기금 저리융자 및 필요 시 수입 신용장 한도도 늘린다.
앞서 정부는 중동전쟁 직후부터 무역보험 지원, 대체수입선 확보 지원 등 기업 애로를 긴급 지원해 왔다.
나프타를 경제안보품목으로 지정해 공급망 기금을 통한 저리 융자 등 금융지원에도 나선 바 있다.
정부의 규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석유사업법에 따라 사업자 등록 취소까지 고려된다.
또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도 부과될 수 있다.
정부가 정책 마련에 나선 배경에는 나프타 수급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어서다.
나프타는 반도체, 자동차 등 연관 산업에서 사용하는 석화 소재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원료다.
생활 소속에서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 비닐, 가전제품 케이스 외에도 자동차 타이어용 고무나 폴리에스터 같은 합성섬유의 기초 원료로 쓰이기 때문에 석화 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산업공급망에서 꼭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4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 중동산 비중이 77%에 달한다.
최근 업계에는 '셧다운' 우려가 확산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LG화학은 원재료 수급이 해소될 때까지 전남 여수 NCC(나프타 분해 설비)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 기지인 여천NCC도 앞서 나프타 수급 차질에 따라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한 바 있다.
당장 나프타 부족에 따라 에틸렌, 프로필렌, 합성수지 등이 생산 차질을 빚는다면 포장재, 자동차 부품, 전자제품 소재, 건자재, 조선업 등 전방 산업에 영향을 주게 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석유화학기업들도 공급망 관리에 책임감을 가지고 나프타 도입 등 수급대응에 최선을 다하면서, 나프타와 관련 석유화학제품이 이번에 제정된 고시의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유통·관리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며 "정부는 보건의료, 핵심산업, 생활필수품 생산에 영향이 없도록 나프타를 최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