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합의 이행 등 통상 현안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8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대미 전략적 투자 협상을 위해 방미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전쟁 동참 요구가 이번 협상에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산업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날부터 4일 동안 캐나다와 미국을 차례로 방문한다.
캐나다에서는 잠수함 사업 수주 지원에 나서고, 미국에서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만나 한미 전략적 투자 예비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 장관은 이번 방미에서 러트닉 장관과 예비 협의를 통해 대미 프로젝트의 구체성을 높일 계획이다.
미국 의회 인사들도 만나 대미 투자 및 통상 현안에 대한 아웃리치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3월 대미투자특별법 통과 이후 투자공사 출범 등 후속조치에 나서고 있다.
다만 1호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윤곽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다.
김 장관은 "이번 방미에서 그동안 양측 관심 분야에 대한 소통을 바탕으로 전략투자 프로젝트 관련 예비협의를 구체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며, 향후 우리 기업의 시장 진출 확대와 국내 산업에 대한 환류 등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진행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협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중동 상황은 새로운 변수로 부상 중이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8일 휴전 이후 한달간 교전을 멈췄으나, 4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충돌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묶인 상선의 탈출을 돕는 '프로젝트 프리덤'(해방 프로젝트) 작전을 개시하자, 이란이 이를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며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란은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석유화학단지 일대를 공격했다.
호르무즈 해역 내 정박 중이던 HMM 선박에도 외부 충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진화됐고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해당 선박은 자체 항행이 불가능해 근처 두바이항으로 인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중동 전쟁 참전을 재차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프로젝트 프리덤과 관련해 한국 화물선을 포함한 관련 없는 국가들을 공격했다"며 "이제 한국도 이곳으로 와 이 임무에 동참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통상 당국은 중동 전쟁과 통상 협상은 별개라는 입장을 견지 중이다.
김 장관은 지난달 "전쟁 이슈와 통상 이슈는 가급적 분리해서 보려 한다"며 "미국도 한미 관세 합의를 서로 윈윈(win-win)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합의라고 이해하고 있기에 전쟁으로 인해 합의 자체가 파괴되거나 불균형이 있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은 중동 전쟁 와중에도 한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합의국에 대해 기존 합의에 기반한 관세를 물린 바 있다.
지난달 2일 발표된 미국의 의약품 232조 관세 조치에서 우리나라는 한미 관세합의에 따라 15%를 부과받았다.
주요 경쟁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 적용된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무역합의를 맺은 유럽연합(EU), 일본, 스위스 및 리히텐슈타인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다만 김 장관은 "모든 것들이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시대"라며 "전쟁의 여파가 통상 분야로 넘어가지 않도록 정부가 계속 관리를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