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로 시작한 작은 선의가 ‘왜 이런 삶이 반복되는가’라는 질문으로 커졌고, 그 질문은 이제 지역 사회의 구조를 바꾸는 답을 찾는 길로 이어지고 있다. 현장을 누비며 소외 이웃의 삶을 보살펴온 봉사활동가 김근선 씨가 일회성 지원의 한계를 넘어 제도적 뒷받침을 촉구하며 지역 현안 속에서 해법을 찾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씨의 하루는 늘 현장에서 시작해 현장에서 끝난다.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고, 그의 발길은 자연스럽게 사회의 어두운 곳을 향했다. 홀로 생계를 책임지는 소년소녀가정, 온기 없는 방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독거어르신 등 김 씨가 마주한 이웃들의 삶은 짧은 만남만으로도 무게가 전해졌다고 한다.
김 씨의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남은 장면은 ‘어른의 역할’을 대신 짊어진 아이들이었다. 그는 단순한 물품 지원과 일회성 도움이 과연 충분한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묻게 됐다고 말했다. 지원을 건넨 뒤 등을 돌렸지만, 아이들의 하루가 다시 제자리걸음을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는 회상도 덧붙였다. ‘돕는 행위’가 위로가 되더라도 ‘삶의 궤도’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체감이 그를 붙잡았다는 얘기다.
봉사의 시간이 쌓일수록 김 씨의 시선은 개인의 선의에서 시스템으로 옮겨갔다. 반복되는 빈곤과 소외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로 이미 고착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여성과 가족, 어르신의 삶과 맞닿아 있는 문제들이 제도적 뒷받침 없이 반복되는 현실을 현장에서 목격했다고 강조했다. 일회성 지원이 ‘당장의 공백’을 메우는 데는 효과가 있어도, 근본 원인을 건드리지 못하면 비슷한 장면이 다시 되풀이된다는 문제의식이다.
김 씨는 이 지점에서 ‘봉사 이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던졌던 “어떻게 해야 이들의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지역 사회 안에서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시선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공식적인 행보에 앞서 지역 현안을 더 세밀하게 살피고,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요한 곳에 물품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왜 필요한 상황이 계속 만들어지는지 원인을 추적하고 해법을 설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제도 변화’는 구호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확인된 문제를 지역 정책으로 연결하려면 데이터와 사례를 축적하고, 지원 체계를 현금·물품 중심에서 돌봄·교육·주거·고용 등 통합 지원으로 확장해야 한다. 지원 대상 선별 과정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여러 기관에 흩어진 복지 서비스를 한 번에 연결하는 전달체계 개선도 필요하다. 봉사 현장의 경험이 제도 설계로 이어지려면, 당사자와 실무자, 행정이 함께 참여하는 상시 협의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근선 씨는 “봉사 현장에서 마주한 수많은 질문이 이제는 지역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촉구하는 시선으로 바뀌었다”며 “주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 차분히 고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출발한 질문이 지역 사회의 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김 씨의 다음 행보에 시선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