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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정용진 "처음부터 다시"…'탱크데이' 사태 출구전략 통할까

산업 손민화 | 등록 2026.05.27 05:57
4단계 결재 시스템 무용…의사 결정 과정 문제 드러나
역사 인식 동떨어져…정용진 포함 역사 교육 진행 예정
선불충전금 환불 규정 손질…광주 현장 방문도 검토

산업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으로 논란 발생 8일 만에 "모든 책임은 저한테 있다"며 공개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부실한 내부 승인 시스템과 임직원들의 부족한 역사 인식을 지목했다.

역사 교육, 내부 검증 시스템 강화, 선불충전금 환불 규정 손질, 광주 현장 방문 등 후속 대책 마련에 착수한 가운데 불매 확산 등 들끓는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 회장은 지난 26일 오전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그룹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 드리며 여러분의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정 회장이 카메라 앞에 서서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스타벅스 코리아는 여러 논란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직접 나서지 않았다.

정 회장은 그만큼 이번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불매 운동이 확산하고 정치권 논쟁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계열사 전반으로 피해가 번지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오늘의 사과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겠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의 진상 조사 결과 내용 등을 종합하면 내부 재발 방지 시스템 마련, 역사 교육, 선불충전금 환불 규정 손질, 정 회장 광주 방문 등 후속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사에 따르면 해당 마케팅은 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 승인까지 4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부적절성이 걸러지지 못했고, 행사 합의자 7명 중 일부는 디자인 시안을 열어보지도 않고 관행적으로 승인했다고 한다.

과거 진행되던 법무팀의 검증 프로세스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매출에만 신경썼다"는 자체 평가인데, 신세계그룹은 관련자와 결재라인 전체를 엄중 조치함과 동시에 관련 시스템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은 고의성을 부정하면서도 젊은 세대의 역사 인식이 사회의 인식과 동떨어져 있음이 확인됐다고도 알렸다.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도 관련 사안의 무게 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정 회장을 포함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역사 교육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정 회장은 지난 19일 사과문에서 "엄격한 역사의식과 윤리적 기준을 정립하기 위해 저를 포함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알린 바 있다.

정 회장은 광주 현장 방문 사과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당장 진상 조사가 중요했고, 적절한 시점과 방법 등을 고민 중이라는 게 신세계그룹 측 설명이다.

선불충전금 환불 및 멤버십 탈퇴 등 요구에는 사과 당일 조치를 내놓았다.

스타벅스 선불카드는 60% 이상 사용해야 환불이 가능했는데,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내달 1일부터 2주간 잔액과 무관하게 환불받을 수 있게 했다.

스타벅스 모바일 앱을 통해 환불을 신청할 수 있고, 매장을 통한 환불은 무기명 스타벅스 실물 카드의 환불에 한해 제한적으로 운영된다.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 탈퇴를 원하는 고객은 매장에 방문해 무기명 실물 카드로 잔액을 전액 이전하면 예외 환불 기간 이전에도 바로 회원에서 탈퇴할 수 있다.

또 다음 달 1일 이후 2주간 매장을 방문하면 사용 조건 없이 현금 환불이 가능하다.

정 회장이 사과하고 일부 조치를 내놓았지만, 한계가 있었다는 진상 조사 결과와 정 회장의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발언 등으로 엇갈린 평가가 나오는 등 여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에 비판 목소리를 이어 온 여당 일부 관계자는 정 회장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지도부에서는 더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5·18 단체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도 책임 회피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모욕 및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 혐의 고발장을 접수한 뒤 정 회장을 절차상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한 상태다.

고발인 다수를 불러 조사한 경찰은 해당 마케팅에 관여한 신세계그룹 관계자 등을 본격 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관여 직원이 자체 조사에서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이 증거 확보 차원에서 강제수사에 나설 가능성 등도 거론된다.

'고의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취지 신세계그룹의 해명과 다른 결과물을 경찰이 확인할 경우 사태가 또다른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범죄 성립 유무를 떠나 정 회장의 사과와 진상 조사 결과 발표가 책임 회피성이었다는 비판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 측은 "향후 진행될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키로 했다"며 "향후 경찰 조사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려는 고의성 여부가 입증될 경우 해당 임직원을 즉시 징계조치하고, 민형사상 책임까지 묻겠다. 뿐만 아니라 그룹 최고경영진 그 누구라도 이번 사안과 관련한 부적절한 개입이나 의도가 확인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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