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물론, 탄핵으로 중도에 임기가 끝난 전임 윤석열 정부도 법무부 산하에 '촉법소년 연령 하향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1살은 최소한 낮춰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는 것 같다"며 "공론화를 거쳐 두 달 후에는 결론을 내자"고 주문하면서 다시 논란이 재점화됐다.
하지만 과정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찬성 의견을 밝히고 있는 반면, 성평등부는 신중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19일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업무보고에서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각종 범죄자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며 "마약이나 성범죄는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낮추는 것도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단순한 교육 갖고서는 안 되는 게 아닌가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반면,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청소년 보호와 성장이 저희 부처의 중요한 영역 중 하나로, 촉법소년 하향에 대해서는 숙고가 필요하다"고 정면으로 부딪혔다.
2018년과 2022년에 이미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반대 의견을 보였던 국가인권위원회도 기존의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고 성명을 내기로 했다.
◆전문가 의견도 분분…"시대 변화 반영" vs "근본 해결책 아냐"일선 현장에서도 의견은 갈린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70년 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때의 13살과 지금의 13살은 다르다"며 "아이들이 더 성숙해진 만큼 시대 변화에 따라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실제로 촉법소년 연령대에 속한 아이들이 자기 책임에 대한 인식을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늘고 있다"며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12세로 낮추는 방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특히 "형법은 범죄 예방 기능도 있지만, 행위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본질적 기능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을 지낸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도 "모든 범죄에 다 같은 연령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1년 정도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범죄 예방에도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인권단체와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 대통령이 '두 달 후 결론을 내자'고 주문한 국무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충분한 논의 없이 국무회의에서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중대하게 후퇴시킬 우려가 있는 정책을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통계로 확인되는 소년범죄 비율은 전체 범죄의 4% 내외인데도 여론을 이유로 과연 13세 아동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 심각하게 되물을 수밖에 없다"며 "소년이 처한 열악한 환경은 전혀 개선하지 않은 채 일부의 예를 들어 처벌 강화를 외치는 여론에 편승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학교폭력사건 제1호 전문 변호사인 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변호사 역시 "단순히 촉법소년 연령을 한두 살 낮춘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형사처벌이 가능한 14세 이상 미성년자들도 통계적으로는 90% 이상이 소년재판으로 넘어간다. 현재도 솜방망이 처벌로 다뤄지는데, 연령 하향화를 한다고 해서 어떤 처벌을 내릴 수 있겠느냐"며 "가장 중요한 것이 사후관리인데 인력도 부족하고 프로그램도 부족하다"고 정책 실효성을 꼬집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직접 두 달 내 결론을 주문한 만큼 빠른 시간 내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평등부는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논의했던 공론화위원회 모델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