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45주기인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세워진 추념탑 뒤로 하늘이 파랗다.
5·18민주화운동 등 민주 이념의 헌법 전문 명시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이 범여권 주도로 마침내 발의되면서 5·18단체 등 지역민들의 기대감이 크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과 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범여권은 지난 3일 헌법개정안을 발의했다. 개헌안 발의에는 여·야 의원 187명이 동참했다.
이번 헌법개정안에는 ▲부마 민주항쟁 및 5·18 민주화운동 민주 이념의 헌법 전문 명시 ▲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 ▲지역균형 발전 의제 등이 우선적으로 담겼다.
특히 6·3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무회의에서 이뤄지는 공포 등 일정을 고려할 경우 국회 의결은 한달여 뒤인 5월4일부터 10일 사이로 전망된다.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3분의2(295명 가운데 197명) 찬성이 필요하다.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시도는 굴곡진 현대사를 거치며 매번 반복돼오고 있다. 5·18 정신은 1987년 제9차 개헌 때 헌법 전문에 담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당시 정당의 엇갈린 정치적 계산 때문에 무산됐다.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 개헌안에도 5·18 정신 헌법 수록이 포함됐지만 당시 보수 야권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대 대선을 거치며 보수·진보 거대 양당 모두 5·18 정신 헌법 수록에 동의했고, 현재도 큰 이견이 없다.
나아가 12·3 불법계엄을 계기로 재조명된 5·18 정신에 대해 개헌을 통해 헌법에 새겨야 한다는 주장이 그 어느때보다 설득력을 얻고도 있다.
불의한 권력에 맞선 시민이 연대하며 민주 헌정을 지켜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45년 전 신군부에 맞서 항거한 5·18의 경험과 항쟁 정신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집무실에서 발의를 앞둔 헌법개정안을 들고 제정당 원내대표들을 만나고 있다. (공동취재)
동시에 45년 만에 되살아난 민주주의 수호와 나눔·연대의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실어 민주 헌정의 굳건한 정신적 표상으로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과 집권여당도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개헌안에 담겠다고 거듭 공언했다. 다른 개헌 쟁점과 달리 5·18 헌법 수록 만큼은 여야 사이에 큰 이견이 없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도 이날 광주에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당위성에 대해 역설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5·18 당시 재야 인사들이 수습대책위를 꾸려 활동했던 또다른 항쟁 구심점 광주 동구 남동성당(5·18 사적지 25호)을 찾아 미사에 참여한 뒤 관련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5·18 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며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시대적 과제이자 미래로 향하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양재혁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5·18은 역사가 아니라 헌법에 담겨야 할 가치다. 수많은 피와 희생으로 지켜낸 민주주의를 기리는 뜻이 아직도 헌법에 담기지 않았다는 것은 국가가 이를 방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선택이 아니라 최소한의 도리다. 아들들을 먼저 보낸 오월 어머니들도 헌법전문 수록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고 촉구했다.
윤남식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장은 "제2, 제3의 반헌법적인 12·3 계엄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반드시 실어야 한다"며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시대적인 과제를 지키는 숭고한 뜻에는 모두 동참해주리라 믿고 있다"고 당부했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도 "남편과 자식을 잃은 오월 어머니들은 그간 미흡했던 5·18 진상규명에 애끓고 있다. 헌법전문 수록은 어머니들에게 있어 묵은 앙금을 조금이나마 푸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부디 여야가 힘을 합쳐 이번 기회에 반드시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