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재한유엔기념공원 주묘역이 보이고 있다.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 부산만 남았지만, 부산은 결코 고립된 도시가 아니었습니다. 세계와 연결된 도시였죠."26일 찾은 재한유엔기념공원에는 한국전쟁 당시 국제 연대의 기억이 새겨져 있었다.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 묘지인 이 곳에는 현재 14개국 참전용사 2337명이 잠들어있다.
우리나라 땅에 있지만 대한민국의 행정권이 미치지 않는 국제기구 관리 공간이기도 하다.
국가유산청과 부산광역시는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앞두고 이날 언론 대상 답사를 진행했다.
답사지는 2030년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 가운데 유엔공원(재한유엔기념공원)과 미국대사관 겸 공보원(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이다.
두 장소 모두 전쟁 속 국제 연대와 인류애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에는 피란민 약 100만명과 함께 국제기구, 유엔군, 구호단체가 모여들었다.
재한유엔기념공원 관계자는 "당시 부산은 단절된 피란도시가 아니라 세계와 연결된 국제도시였다"고 설명했다.
공원 상징구역에는 한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참전한 22개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꺼지지 않는 불'과 '끝없이 흐르는 물' 조형물 뒤로는 17개국 전몰 장병 4만897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명비가 놓였다.
이름 옆 다이아몬드 표시는 유엔기념공원 안장자를, 동그라미 표시는 묘소가 없거나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전몰자를 뜻한다.
관계자는 "유해를 찾지 못한 유가족들이 이름 탁본을 떠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공원에는 지난해 47만명이 찾았다.
이 가운데 10%는 외국인 참배객이었다.
올해 1분기 방문객은 1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었다.
기념관에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한국전쟁 당시 사용한 최초의 유엔기도 전시돼 있었다.
실제 참전용사가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 붙여놓았다는 파란 스티커가 눈길을 끌었다.
묘역 너머로는 현대식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전쟁 속 국제 연대와 희생 위에 오늘의 부산이 세워졌음을 보여주는 듯한 풍경이었다.
일제 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으로 지어진 후 미국대사관 겸 공보원으로 사용된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역시 당시 국제정세와 연결된 공간이다.
역사관 주변에는 지방선거를 앞둔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냉전 시기 미국 공보원으로 사용됐던 건물은 오늘날 선거 풍경과 겹쳐지며, 한국전쟁 당시 지키려 했던 자유민주주의의 시간을 떠올리게 했다.
역사관 관계자는 "원도심에서도 완벽한 중심지였던 곳"이라며 "냉전 시기 자유민주주의를 알리는 공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안영신 부산시 문화유산과장은 피란수도 부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대해 "'피란수도 부산'은 단순한 전쟁 유산이 아니라 국제 연대와 공존의 가치를 담은 유산"이라고 말했다.
강동진 경성대 교수도 "부산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생긴 각종 후유증을 끌어안은 도시"라며 "기록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국제 구호와 관련된 활동이 제일 많이 번성했던 시기가 바로 한국전쟁이고, 그 현장이 부산이었다'라고 또 이렇게 학술적으로도 증명돼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