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발발 43일 만에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대면 평화 협상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이란 정부가 21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나선 JD 밴스(가운데) 미국 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해 아심 무니르(왼쪽)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과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21시간 넘게 협상을 이어갔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 측 협상단을 이끈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란과의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이날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이른바 ‘레드라인’을 분명히 전달했지만, 이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협상 과정에서 유연성을 보였음에도 이란이 핵무기 개발 중단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대통령의 핵심 요구는 이란이 현재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확약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은 11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시작돼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밤샘 협상을 벌였지만 호르무즈 해협 문제, 핵 보유 금지 확약, 레바논 휴전 조건 등 주요 현안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초반에는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사이에 둔 간접 접촉 방식이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밴스 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한 공간에서 직접 협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만남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단절된 양국 관계 속에서 47년 만에 열린 최고위급 대면 협상으로 주목받았다. 2015년 이란 핵합의 이후 양국이 직접 마주 앉은 것도 이번이 처음으로 평가됐다. 다만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돌파구를 만들지는 못했다.
이란 역시 협상 결렬 사실을 인정하면서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맞섰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미국의 과도한 요구로 공통된 틀과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21시간에 걸친 회담에서 이란 대표단이 정치·군사·평화적 핵기술 분야 전반에서 자국민의 권리를 지켜냈으며, 미국의 요구를 막아냈다고 주장했다. 이란 외무부도 협상 성패는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 과도하고 불법적인 요구를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측은 핵 포기 문제 외에도 호르무즈 해협의 공동 관리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에 대해 이란은 강하게 반발했다. 협상 진행 중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군함은 강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군은 같은 날 기뢰 제거를 위한 사전 작업 차원에서 구축함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협상 결렬의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고 있지만, 완전한 대화 단절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밴스 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최종 제안을 이란이 수용할지 지켜보겠다고 밝혀 협상 채널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알자지라 등 외신은 회담이 장시간 이어진 점을 들어 주요 사안에 대한 논의가 깊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면서도, 가시적인 돌파구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협상단이 귀국하면서 후속 협상 일정은 불투명해진 상태다. 양측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휴전 기간 2주 안에 합의가 도출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