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가나가와현 요코스카 해군기지 앞에서 해상자위대 관함식이 열리고 있다. 자료사진.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호위를 위해 일본 등에 군함 파견을 요청한 가운데 일본 정치권과 정부에서 신중론이 잇따르고 있다.
NHK와 지지(時事) 통신, 아사히 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정무조사회장은 15일 중동 해상로 보호를 위한 자위대 함정 파견과 관련해 “문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고바야시 정조회장은 이날 NHK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법리적으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 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외무성 관계자도 NHK 취재에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곧바로 찬성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가능한 대응은 하겠지만 법률상 제약이 있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사안을 조만간 열릴 미일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다룰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는 이번 주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회담은 19일 이뤄진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13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자위대를 파견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직접 협력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관계자는 “미국이 원유 가격 급등 대응에 매우 신경을 쓰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 발언을 보면 정상회담에서 직접 대응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이어 “일본이 법률 범위 안에서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회담에서 설명을 포함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무성 관계자 역시 “일본의 대응은 일본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요청했다고 해서 즉각 군함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자위대 파견의 법적 근거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고바야시 정조회장은 현재 일본 정부가 해당 사태를 ‘존립 위기 사태’나 ‘중요 영향 사태’로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위대법 82조에 따른 해상경비행동 적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중동 정세가 어떻게 변하는지 냉정하게 지켜보며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중도개혁연합 오카모토 미쓰나리(岡本三成) 정무조사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이 취할 수 없는 선택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카이치 총리가 무리한 약속을 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민주당 하마구치 마코토(浜口誠) 정무조사회장은 “이란 문제가 국제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총리가 미국을 방문한다면 해결의 방향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민당 간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다카이치 총리뿐”이라며 “정상회담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방위성 관계자는 “전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급유 등 후방 지원에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집단적 자위권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대응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중동 정세의 추이를 지켜보며 가능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안은 미일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