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인근 킹살만 자동차산업단지에서 현대차 사우디 공장(HMMME) 착공식이 열린 가운데, 행사장 앞에 현대차 차량이 전시돼 있다.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하면서 중동 해상 물류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의 중동 수출 환경에도 변화가 나타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정상화될 경우 완성차 선적과 공급망 운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실제 회복까지는 추가적인 상황 확인이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17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종전 양해각서 체결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정식 서명 이후 후속 협상에 착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과 해상 봉쇄 해제를 언급했으나, 통행료 부과 여부 등을 놓고 양측의 설명에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원유 수송뿐 아니라 자동차운반선을 포함한 국제 해상 물류의 핵심 통로다. 운항이 안정되면 선박 대기와 우회 운송에 따른 비용 부담이 줄고 중동향 차량 공급도 점차 정상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중동 지역 불안정과 물류 차질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도매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고, 원자재 가격 상승과 미국 관세, 중동 지역 물류 불확실성 등이 수익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호세 무뇨스 최고경영자도 지난 4월 중동 판매 감소분을 다른 시장에서 모두 만회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기아 역시 올해 1분기 글로벌 판매는 역대 같은 기간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는 공급 차질로 판매 감소를 겪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미 하이브리드 차량과 유럽 전기차 판매 확대를 통해 해외 실적을 일정 부분 방어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동차 업계는 중동 시장이 전체 판매 비중 이상으로 수익성이 높은 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생산기지 구축을 추진 중이며, 기아도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시장 확대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중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차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HMMME)을 찾아 호세 무뇨스 사장, 박원균 HMMME 법인장으로부터 사우디 신공장 건설 진행 현황을 들으며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다만 휴전 합의만으로 즉각적인 물류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전 항로 확보와 기뢰 제거, 선박 운항 허가, 전쟁위험 보험료 조정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고, 호르무즈 해협 운영과 관련한 세부 사항도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동 정세가 여전히 유동적인 만큼 당분간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수출과 판매 전략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