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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에 세계경제 '흔들'…에너지·식량·물류 연쇄 충격

국제 박진성 | 등록 2026.03.06 14:37
호르무즈 리스크에 유가 폭등
세계경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경고등
IMF "물가·성장률 동시 타격"

국제

지난해 관세 충격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중동 사태가 터지면서 세계 경제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의 보복 위협이 이어지며 에너지 인프라 파괴와 물류 마비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다.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현지 시간) CNN,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위기의 뇌관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 군 당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을 불태워버리겠다"고 위협했고, 여러 원유·가스 시설이 인근 포격의 영향을 받으면서, 해협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같은 공급 차질 우려로 글로벌 원유 기준인 브렌트유 가격은 18개월 만에 최고치인 배럴당 84달러대를 기록했다.
5일(현지 시간) CNN,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위기의 뇌관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사진은 2023년 5월 19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형 컨테이너선 등이 항행하고 있다.

◆ LNG 공급 충격에 가스값 급등…유럽·아시아 물가 압박원유뿐 아니라 LNG 공급 차질로 유럽과 아시아 각국이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다.

전 세계 LNG 공급의 5분의 1을 담당하는 카타르의 최대 액화 플랜트가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생산을 중단했고, 수출 계약도 이행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LNG는 석탄보다 오염이 적고 운송과 저장이 용이해 많은 국가들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핵심 연료로 채택해 왔다.

이 때문에 NYT는 "서울에서 이슬라마바드, 브뤼셀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와 기업들은 급격한 에너지 비용 상승에 직면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영향으로 아시아 현물 LNG 가격은 약 40%, 유럽의 가스 선물 가격은 70%가량 급등했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LNG 공급 차질이 한 달 이상 이어질 경우 가스 가격이 전쟁 이전 대비 두 배 이상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동 사태가 원유 시장보다 천연가스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투자전략 분석가 파벨 몰차노프는 "원유는 그 지역의 대부분 국가에서 수출되지만, LNG는 사실상 카타르가 대부분 공급한다"고 말했다.

특히 아시아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더 취약한 지역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LNG의 약 80~90%가 아시아로 향한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보고서에서 "이란 공격의 여파로 아시아 대부분 국가가 더 높은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브렌트유 가격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물가가 약 0.5%P(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가스 충격에 비료값 급등…식량 가격 압박 에너지 위기는 식량 위기로도 번지고 있다.

천연가스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질소 비료인 요소(urea) 생산의 핵심 원료이기 때문이다.

또 전 세계 요소 수출의 3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에 이집트 요소 가격은 일주일 만에 35% 상승했고, 비료 생산에 사용되는 황 가격도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몰차노프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요소 가격이 25% 상승했다"며 "이는 전 세계 농업과 식품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르웨이 화학기업 야라 인터내셔널의 스베인 토레 홀세터 최고경영자(CEO)는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식량 생산에 핵심적인 통로"라며 "전 세계 식량 생산의 거의 절반이 비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유가 충격에 美 물가 다시 들썩…금리 인하 늦어지나에너지 가격 상승은 각국 경제 지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 최대 자동차협회인 ADAC는 독일에서 지난 일주일 동안 휘발유와 디젤 가격이 두 자릿수 상승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도 휘발유 가격이 오름세고, 미국 역시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의 유가가 유지될 경우 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연말 3%까지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방출된 전략비축유가 최대 저장 용량의 절반 수준(4억 1500만 배럴)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는 미국 전체 석유 소비량 기준 약 20일 분량이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비축유를 다시 채우는 데 200억 달러 이상이 필요하다.

◆ 중동 전쟁에 항공·해운 차질…IMF "물가·성장률 모두 영향"중동 전쟁은 글로벌 물류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주요 해운사들이 중동 지역 운항을 중단했고, 항공사들은 영공 제한으로 운항을 축소했다.

에미레이트항공, 카타르항공, 에티하드항공 등 중동 항공사들은 전 세계 항공 화물 운송 능력의 약 13%를 차지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 화물은 세계 무역 가치의 약 3분의 1을 담당하며, 스마트폰·반도체 등 고가 제품이 주로 이 경로로 운송된다.

이에 따라 주요 산업 제품의 운송 지연도 불가피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댄 카츠 부총재는 중동 분쟁 확대가 물가와 경제성장률 등 다양한 지표에 걸쳐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IMF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전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3%로 전망했다.

현재 전망치를 수정하지는 않았지만,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무역 교란 확대, 에너지 가격 급등, 금융시장 변동성 등이 세계 경제에 주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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