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의과대학 박인규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대장암 세포 내부에서 표적 항암제를 합성하도록 유도하는 나노플랫폼 'HMOI(Hybrid Metal–Organic Interface)' 모형도. (사진=전남대 제공) 전남대학교 연구진이 암세포 내부에서 항암제가 만들어지는 기술을 개발했다. 완성된 항암제를 몸에 투여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독성이 없는 물질을 암세포 안으로 보낸 뒤 그 안에서 항암제가 직접 합성되도록 만드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다.
9일 전남대에 따르면 의과대학 박인규 교수 연구팀이 대장암 세포 내부에서 표적 항암제를 합성하도록 유도하는 독창적인 나노플랫폼 'HMOI(Hybrid Metal–Organic Interface)'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약물 전달 분야의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Journal of Controlled Release(피인용지수 11.5, JCR 상위 3.3%)'에 게재됐다.
대장암은 강력한 항산화 방어 기전을 구축하고 있어 기존 화학 항암제의 효과가 제한되는 대표적인 난치성 암으로 꼽힌다.
최근 철 의존적 세포 사멸 기전인 페로토시스(Ferroptosis)가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기존 치료제는 낮은 생체 이용률과 전신 독성 문제로 임상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원위치(in situ) 생체 직교 촉매 합성' 기반의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했다. 독성이 없는 두 가지 화학적 전구체를 나노입자에 담아 암세포로 전달한 뒤, 종양 미세환경의 산성도와 고농도 글루타치온(GSH)을 방아쇠로 삼아 암세포 내부에서 항암제를 직접 합성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번 연구의 핵심인 HMOI 나노플랫폼은 표면의 히알루론산(HA) 코팅을 통해 대장암 세포를 정밀하게 표적한다. 암세포 내부에 들어가면 플랫폼 구조의 구리 이온(Cu²⁺)이 환원되며 촉매 반응을 유도하고, 비활성 전구체들을 강력한 페로토시스 유도제 SLZC96으로 즉각 조립한다.
이렇게 생성된 SLZC96은 암세포 내 산화 스트레스를 급격히 증가시켜 치명적인 세포 붕괴를 유도한다.
이번 연구는 약물 전달 구조 자체가 면역 항암 효과를 동시에 유도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입자 골격 형성에 사용된 부티레이트(Butyrate)는 약물 합성 과정에서 방출되며 수지상세포의 성숙을 촉진하고 항종양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대장암 마우스 모델 실험에서 이 나노플랫폼은 전신 독성 없이 종양 성장을 억제하고 뚜렷한 종양 퇴행(regression)을 유도하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를 주도한 박인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세포 내부에서 항암제를 직접 합성하도록 하는 새로운 정밀 의학 전략을 제시한 것"이라며 "유방암, 췌장암 등 다양한 난치성 고형암 치료는 물론 환자 맞춤형 정밀 의학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